인도와 파키스탄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1일 파키스탄과 인도 모두 핵전쟁을 할 정도로 무책임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전쟁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출국을 막지는 못하는 상황이다.▼각국 철수령 내려
서방 국가들과 유엔은 양국에 거주하고 있는 주재원, 자국 시민 등에게 철수령을 내리거나 출국을 권고했다.
유엔은 1일 양국 주재 직원 가족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대변인은 “이는 사전 예방 조치이며, 직원들은 현지에서 근무하고 가족들만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 폴트 파키스탄 주재 유엔 대표부 대변인은 2일 AFP통신에 “파키스탄에서 300명 정도가 수일 내로 출국할 것”이라면서 “첫 가족이 2일 중으로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도 이날 자국 시민들과 필수 인력을 제외한 공관 직원들에 대해 인도를 떠나라고 촉구했으며, 특히 인도 국경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호주 정부도 성명을 통해 “양국에 체류 중인 호주인들은 이용 가능한 모든 교통수단을 활용해 조속히 출국하고 이들 국가에 대한 여행 일정을 취소하라”고 발표했다. 영국과 캐나다 벨기에 포르투갈 덴마크 이스라엘 정부도 철수를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양국 분쟁이 본격화할 경우 정부 전용기와 자위대 수송기를 투입해 자국민들을 후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쟁 위기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면서 인도 거주 미국 시민 6만여 명과 공관 직원 및 가족 600여명에 대해 철수를 당부했다.
▼비행기표가 없다
파키스탄에서는 수백 명에 이르는 유엔 공관 직원과 가족들의 철수 명령으로 비행기 표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돼 항공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슬라마바드의 한 여행사 직원은 “수많은 각국 대사관과 유엔 직원 가족들이 표를 부탁하고 있다”며 “지난달 말에는 거의 빈자리밖에 없던 출국 비행기에 이제는 예약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파키스탄을 빠져 나간 외국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이슬라마바드를 출발,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9ㆍ11 테러 이후 항공사들이 파키스탄 노선을 상당 부분 축소했기 때문에 표를 구하기가 더욱 어렵다.
인도에서도 각급 학교의 학기가 끝나고 방학에 들어간 것과 때를 같이해 많은 외국인들이 떠나고 있어 항공권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뉴델리발 국제선 항공권 구입이 매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전세기 운항을 포함한 자국민 긴급 대피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핵 전쟁은 없다”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두 나라 가운데 어느 누구도 핵전쟁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치달을 정도로 무책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핵전쟁을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논의조차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또 파키스탄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인도 접경지대로 배치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터무니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핵무기 선제 공격을 않겠다고 한 인도측의 다짐에는 못 미치지만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3일 카자흐스탄의 알마아타에서 열리는 아시아 정상회담에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이 기대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정상회담 기간에 중재 노력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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