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 유세전이 불붙은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지원유세에서 상대방 대통령 후보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이런 현상은 지방선거에 앞서 양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 예견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 들어서자 양측의 전략적 의도가 다분히 작용하면서 이런 양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양측은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를 변질시킨다는 여론의 비판도 감수할 태세다. 지원유세 형식을 빈 전국 방문일정을 지방 곳곳에 얼굴 내밀기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양측의 심산도 읽힌다.
양측이 비속어 등 막말을 마구 쏟아내는 것도 두 후보 진영이 이번 지방선거를 사실상의 대선운동 무대로 간주하고, 이에따른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데서 나오는 현상이다.
자민련의 2일 논평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폭언을 비판하면서 두 후보의 사퇴를 주장한 것은 양당의 비방전을 보는 제3자의 눈길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한나라 "노무현은 배은망덕"…DJ와 차별화에 딴지
한나라당은 2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공세의 핵심 표적으로 삼았다. 노 후보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묶어 두고 권력형 비리 공세를 계속하는 동시에 노 후보 개인에 대한 흠집내기를 본격화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본격적인 ‘노무현 때리기’는 민주당과 노 후보가 최근 지방선거 전략으로 이회창 후보와의 이른바 ‘노_이 대결 구도’를 들고 나온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한나라당은 먼저 노 후보의 DJ와의 차별화 움직임을 중요한 공격 포인트로 잡았다. “DJ는 DJ이고, 노무현은 노무현”이라는 전날 노 후보의 발언을 DJ와의 거리 두기라고 판단, 노 후보의 배덕(背德)을 문제삼았다.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자산과 부채를 모두 상속받겠다며 DJ를 떠받들던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고 비난했다.
노 후보의 3김 청산 선언에 대해서는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몰아 붙였다. 노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뽑히지마자 상도동으로 YS를 찾아간 사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JP와의 지방선거 공조 등을 걸고 넘어졌다.
노 후보의 거친 어법에 대해서도 비난 공세를 이어갔는데, 민주당이 ‘서민 정서에 맞는 직설화법’이라고 감싸자 “욕설을 잘하면 서민이라는 궤변”이라고 공박했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를 DJ의 후계자로 규정하려는 노력은 계속할 방침이다. 그동안 줄기차게 지적해 온 ‘DJ식 부패ㆍ무능 정치’의 부(負)의 유산을 노 후보에게 고스란히 짐지우려는 의도다.
그것이 지방선거는 물론 대선에서 가장 유효한 득표 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배 부대변인은 “DJ가 장관도 시켜 주고, 대통령 후보까지 만들어 주지 않았느냐” 며 “아무리 DJ색을 희석하려고 해도 국민들을 속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회창은 더러운 손"…부패심판 공세에 맞불
민주당은 지방선거의 최대 초점을 ‘노무현-이회창’대결구도에 정조준, 연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노 후보 스스로가 위험부담을 감수, 이 후보를 공격하는 선봉에 선 것은 전반적 수세국면에서 그만큼 민주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한정돼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으론 ‘반(反) 이’ 캠페인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도 함축돼 있다. 때문에 노-이 구도 설정 이후 쏟아지고 있는 노 후보의 원색적 비난 발언들은 독특한 언어적 습관이나 실수라기보다는 다분히 계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의 이회창 때리기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전략으로 앞세우고 있는 부패정권 심판 주장에 대한 대응논리에서 출발했다.
“부패청산은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전제, “세풍, 안풍, 북풍 등에 빠짐없이 연루되고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이 후보는 부패청산을 말하기 앞서 더러운 손부터 씻고 와야 한다”는 것이 최근 지원유세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노 후보 공세의 핵심이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노와 이 가운데 누가 더 깨끗한지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고 주장하는 것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비리에서 비롯된 민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이 후보의 ‘부패성’으로 상쇄시키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대선전을 방불케 하는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이 후보 흠집내기를 넘어서는 다목적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다르며 민주당은 이제 노무현 당”이라고 탈 DJ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차별화 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여기에다 3김과 이 후보를 싸잡아 청산대상으로 규정, 서민적 이미지와 청렴성을 강조하면서 세대교체의 기치를 든 것은 노 후보의 상품성을 지방선거에서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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