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세계인 가운데에는 2002 월드컵 대회의 열병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도 많다. BBC는 1일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대회 31일 간은 고난의 세월”이라며 “직장에서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대화가 단절돼 생이별의 고독을 견뎌내야 한다”고 보도했다.월드컵 때문에 외로운 사람들에게 주목한 회사가 있다. 싱가포르의 리조트 체인 바냔 트리사는 대회기간 중 ‘월드컵 과부 패키지’를 출시, 빈탄과 앙사나 리조트 등의 특급 리조트 시설을 대폭 할인해 주고 있다.
회사측은 “4년마다 찾아오는 결혼생활의 역경을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상품을 마련했다”면서 “이 곳에는 월드컵이 없고 휴양과 건강이 있다는 게 캐치프레이즈”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응은 크지 않다. 관광회사들은 “싱가포르인들이 주로 응원하는 영국팀이 탈락하기를 바라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축구 열기가 싫은 것은 9일 결승을 치르는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의 주최측도 마찬가지다. 1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주최측은 경기에 방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회장 내에서 월드컵 경기 중계는 물론 스코어 게시도 금지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대회 스폰서인 가전회사 ‘필립스’가 경기장 구석 홍보 코너에 전시한 신제품 평면 TV가 산통을 깨뜨렸다. 작은 TV가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자 순식간에 인파가 몰려들었고,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마저 망원경을 돌려가며 축구 경기를 시청했다.
주최측은 필립스측에 항의해 TV를 끄도록 했지만 정작 출전 선수들은 라커룸이나 마사지룸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응원에 몰두했다.
나이지리아의 국영전력회사인 네파(NEPA)도 월드컵이 두렵다. 과거 전국적인 TV 시청 때문에 과부하가 걸려 단전 사태가 빚어지는 바람에 폭동과 항의에 시달린 악몽이 있기 때문이다.
네파측은 이번에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내고 가능한 발전량을 설명하며 단전 사태를 사전에 예고했다. 광고를 본 나이지리아의 한 축구팬은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발전기를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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