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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즉위식 분위기 / "英, 영광은 간데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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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즉위식 분위기 / "英, 영광은 간데없고…"

입력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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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은 어디로.’1일부터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50주년을 축하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치르고 있는 영국인들의 가슴 한 편에는 과거 영화의 상실에 대한 회한이 밀려들고 있다.영국의 더 타임스는 최근 특집기사를 통해 1897년 빅토리아 여왕의 ‘다이아몬드 주빌리(즉위 60주년)’행사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골든 주빌리(Golden Jubilee)’행사를 비교하며 로마제국을 능가하는 제국에서 2류 열강으로 주저앉은 영국의 변화를 아쉬워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고조 할머니인 빅토리아 여왕은 즉위 60주년 기념식에서 지구 육지의 4분의 1,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지배하는 대영제국의 원수답게 전세계로부터 경의와 찬양을 받았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인 호텔이었던 런던 시내 임뱅크먼트의 세실호텔에 11개 자치 식민지의 총리들이 머물고 기념식 당일의 여왕 행차를 캐나다, 보르네오, 홍콩, 인도, 키프로스, 호주, 피지 등 식민지 병사들이 호위했다.

런던 시민들은 도전받지 않는 패권을 노래했으며 전세계 도시와 주, 강, 폭포에는 그녀의 이름이 붙여졌다. 데일리 메일은 당시 ‘영국 민족의 위대함’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당시 영국은 전세계의 종주권을 향해 줄달음치는 듯이 보였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지구 전체를 지배할 것으로 보이는 대영 제국의 일부”라고 주장했고,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빅토리아 여왕의 지배가 로마제국을 능가할 정도”라고 썼다.

그러나 105년이 지난 지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이런 영광은 과거형일 뿐이다. 더 타임스는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식은 건전한 2류 열강에 걸맞은 건전한 축하행사라고 전했다.

여왕이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지난 50년 간 국민이 보여준 충성에 감사한다는 연설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과거 제국의 영화와 비슷한 모습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4일 엘리자베스 여왕이 버킹엄궁에서 세인트폴 성당까지 행차는 하지만 식민지 군대의 호위는 없다.

빅토리아 여왕은 “우리는 승리했다”고 선언했으나 엘리자베스 여왕은 “우리는 노력했다”고 우물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표현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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