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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 '거만' 대신 '친절'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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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 '거만' 대신 '친절'을 배워라

입력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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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우루과이와 덴마크 경기 취재를 위해 한국대표팀의 훈련장소인 경주에서 울산문수경기장으로 가는 길이었다.40대 중반의 셔틀버스 운전기사는 한 외신기자가 허둥대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자 택시를 세우고 외신기자를 셔틀버스에 태웠다. 이 외신기자는 연신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경기를 마치고 밤 10시에 경주행 버스를 탔을 때 다시 그 운전기사를 만났다. 외신기자 2명이 숙소인 호텔을 찾지 못하자 그는 전화통화 끝에 이들을 호텔로 안내, 짐까지 손수 내려줬다.

시계바늘을 돌려 1일 오전 한국팀 훈련장으로 돌아가보자. 믹스드존 인터뷰 때를 제외하고는 얼씬도 않던 히딩크 감독이 기자들에게 다가왔다.

왜곡보도를 했다며 특정신문 기자의 모자를 벗기는 상식밖의 행동을 했던 그는 해당기자의 항의가 거세자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물리적 행동에 대해 사과한 것이지 저급한 보도에 대한 사과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또 “법적대응은 하지 않겠다. 법적대응을 하면 해당기자가 불이익을 받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친절’까지 베풀었다.

더욱 가관은 월드컵조직위 소속의 한국팀 미디어담당관의 행동. 히딩크와의 면담주선을 요청하는 기자들과 말싸움 끝에 “언론이 내월급을 주느냐”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월급은 국민의 세금이며 그는 품위를 생명으로 하는 외교부 공무원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축구협회는 팔짱만 끼고 있다. 결전을 앞둔 상황이라 신경이 예민하다 해도 최근의 각종 행태는 도를 넘고있다. 협회는 16강 진출외에는 안중에도 아무 것도 없는 듯 하다.

16강도 좋지만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셔틀버스 운전기사의 작은 감동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경주=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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