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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잔칫날 核재뿌린 日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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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잔칫날 核재뿌린 日本

입력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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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31일 간 온 세계인들이 감동을 공유하고 나라와 언어, 종교의 차이를 초월해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일본 총리는 31일 밤 서울의 월드컵 개막식에서 이렇게 축사를 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의 일본 도쿄(東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 등 고이즈미 내각의 핵심 실력자들이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일 관계는 고교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으로 위태로운 고비가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한국 정부나 국민이 지난해처럼 즉각 일본을 비난하고 나서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공동개최 월드컵을 좋은 분위기에서 잘 치르자는 자제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밥상머리에서 인상 쓸 수야 없지" 하는 심정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월드컵 개막식 때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양국 정상회담도 교과서 문제, 신사 참배 문제등 한일 간에 잠복해 있는 민감한 문제들 때문에 6월 30일의 요코하마(橫浜) 폐막식 때로 미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모처럼의 우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측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가운데 튀어나온 일본 정치지도자의 핵무기 보유 발언은 참으로 엉뚱하고 황당하다.

자민당 일각에서도 "한일 월드컵 개회식 날에, 중일 국교정상화 30년을 맞는 해에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 정치인들은 주변국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수없이 반복해 왔다. 대개 '망언' '실언'으로 치부되며 일과성으로 지나쳐 버렸지만 말이 자꾸 쌓이면 누구나 '속내'라고 생각하게 된다.

월드컵을 함께 치른 뒤 한일 관계가 다시 이런 무책임한 발언으로 악화하지나 않을까 정말 걱정된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기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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