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존재한다. 수직적 관계의 조직도 있고 수평적 관계로만 구성된 조직도 있다. 축구도 인간이 하는 스포츠라서 그런지 팀의 조직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플레이메이커 중심의 축구와 그렇지 않은 축구다. 전자는 인간의 수직적 조직, 후자는 수평적 조직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에는 각자의 장ㆍ단점이 너무 뚜렷하다. 그러나 나는 엄밀이 말해 플레이메이커 중심의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걸출한 선수일수록 그에 대한 의존도는 커지게 마련이고 설령 그에게 사고라도 생길 때엔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세네갈과의 개막전에서 프랑스가 그랬다.
지난 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때는 지단 정도는 안되지만 피레라는 훌륭한 대타가 있었다. 이번에는 피레도 없었다(부상 때문에 대표팀서 탈락했다). 오죽하면 경기 후 선수들조차 “지단 없는 우리는 허둥대기만 했다”고 말했을까. 그렇지만 이변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이 때문에 승부가 오히려 재미 있었을 지 모르겠다.
우루과이도 프랑스와 같은 불운을 겪었다. 우루과이의 화려한 개인기는 정말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특히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플레이메이커 레코바의 묘기는 환상이었다. 레코바가 있음으로 해서 스트라이커 실바는 더욱 빛이 났다.
그러나 무릎에 붕대를 하고 나온 레코바는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교체됐다. 이후 날카롭고 화려했던 우루과이의 공격은 평범해졌고 결국 지고 말았다. 이에 비해 덴마크는 걸출한 스타에 의존하지 않았다. 고른 능력을 가진 전 선수들이 수평적 관계에서 명확히 역할을 분담, 계획대로 승리의 길로 나아갔다.
플레이메이커는 정말 평범한 경기도 명승부로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덴마크나 세네갈처럼 전 선수들이 일치된 화음으로 만들어낸 승리는 더욱 아름답다.
지금 한국대표팀에는 걸출한 플레이메이커가 없다.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플레이메이커감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전 선수들의 수평적 조직관계를 중시하는 축구를 추구해 왔다. 멀티플레이어와 수비 잘하는 선수를 강조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다.
한국의 조직축구도 일을 낼 수 있을까? 덴마크 같이 수평적 조직관계의 팀이 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국팀에 대한) 나의 기대 수준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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