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형 전자화폐 '집안싸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형 전자화폐 '집안싸움'

입력
2002.06.03 00:00
0 0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떠오른 ‘전자화폐(스마트카드)’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특히 마스타ㆍ비자 등 세계 유수의 카드업체들이 한국을 세계 전자화폐 시장의 거점으로 지목,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토종 전자화폐는 기술표준 논쟁과 중복 과잉투자로 뒷걸음질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형 전자화폐’를 표방하며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이 국책사업으로 시작한 ‘K캐시’사업이 몇 년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산업자원부가 비씨카드 등과 손잡고 별도 전자화폐 사업에 나서 정부 진영의 집안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이로써 국내 시장에서 각기 다른 운영체계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자화폐 브랜드는 마스타의 ‘몬덱스’, 비자의 ‘비자캐시’, LGㆍ삼성ㆍ국민카드가 운영하는 ‘A캐시’, 부산지역의 ‘마이비’등을 포함해 6개로 늘어났다.

산자부가 주도하는 전자화폐의 명칭은 ‘티니’. 산자부는 이 전자화폐가 종래의 ‘K캐시’와는 달리 ▦국제표준규격(EMV, CEPS)을 준수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의 추가가 용이한 개방형 구조로 되어 있는 업그레이드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산자부는 “전자화폐 거래가 2005년이면 현금결제 시장의 22%를 넘어서고 카드·단말기·시스템 시장도 급속히 확대될 것”이라며 전자화폐 분야를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아랑곳없이 한국은행도 ‘K캐시’가 순수 국내 기술에 의해 개발된 유일한 ‘토종 전자화폐’임을 강조하며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경남 김해시에 이어 이 달부터 강원 춘천시에서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고 주요 지자체와 제휴, 시내버스는 물론 택시, 주차장, 톨게이트 등에서도 ‘K캐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주요 은행들을 독려해 연말까지 카드발급 건수를 현재의 20만장에서100만장으로 늘린다는 계획. 하지만 ‘K캐시’는 사용범위가 특정지역에 제한돼 있는데다 국제적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

‘K캐시’사업에 참여했던 조흥ㆍ국민 등 일부 시중은행들이 마스타카드의 ‘몬덱스’쪽으로 전환한 것도 ‘K캐시’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토종 브랜드들이 중복투자로 과열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에 국내 전자화폐시장은 해외 브랜드에 의해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전자화폐가 현금을 대체하려면 현금을 사용하고 있는 모든 곳에 전자화폐 판독기가 보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거대한 자금력을 지닌 외국업체에 대응해 정부가 하나의 기술표준으로 시장지배력을 늘리기에도 다급한 판에 중복투자 경쟁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