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의 이기형(40) 사장에게 지난 1일은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었다.우리나라의 인터넷쇼핑몰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회사 창립 6돌을 맞은 데다 이달부터 월 손익분기점을 넘어 만년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내년이야 돼야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유력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보기좋게 뒤엎은 셈이다.
“그동안 참으로 힘들었지만 항상 ‘지금은 인터넷쇼핑몰 태동기’라고 자위했습니다. 인터넷쇼핑몰이 지금은 밑 빠진 항아리로 비춰질지언정 초기의 어려움만 견뎌내면 차세대 최고의 유통업태가 되리라고 굳건히 믿었죠.”
그는 데이콤 멀티미디어사업팀에서 일하던 90년대 중반 인터넷에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집어넣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인터넷쇼핑몰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특히 시ㆍ공간의 벽을 허문 인터넷이 바야흐로 제 역할을 하려면 압축 및 초고속전송기술이 뒤따라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각종 인터넷 관련기술 개발이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인터파크가 출범한 1996년 당시만 해도 도미노피자 풀무원 코리아나화장품 등 10여개 업체가 입점해 2,000여종의 물건을 파는 ‘구멍가게’에 불과했다. 로션 하나를 사려해도 온라인 주문을 한 뒤 1주일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인터파크가 전화나 이메일로 주문하는 다른 인터넷쇼핑몰과 달리 시스템면에서는 앞섰지만 ‘인터넷쇼핑몰은 되는 장사’라는 희망을 갖기에는 시기상조였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인터파크의 성장 가능성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재래시장이나 할인점 백화점 홈쇼핑보다 많은 상품 구색, 유통업체 중 최대의 브랜드 확보, 택배업체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배달시간 및 비용의 절감 등은 어느 업체도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라는 것.
인터넷쇼핑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수준이 낮고 제조업체와 쇼핑몰 간의 전산망 미비 등 문제점이 적지않았지만 노력한 만큼 시장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인터파크는 현재 5만여 품종(도서 및 CD 제외)을 판매하는 종합 유통업체로 변모했다. 실시간 결제는 물론 배달시간도 최장 3~4일로 단축됐다.
하루 방문자수는 15~20만명으로 롯데백화점 본점의 2배를 상회한다. 매출액은 지난해 972억원에 이어 올해 1,800억원이 예상되는 등 매년 200~300%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계열사에 이어 홈쇼핑 계열사들이 일제히 인터넷쇼핑몰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시장이 최소 5년간 200% 이상씩 성장해 ‘나눠먹을 파이’는 넉넉합니다. 또 인터파크는 시장 개척자로서의 높은 인지도와 노하우, 가장 잘 정비된 인터넷 시스템을 토대로 실질적인 1위 기업의 자리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이 사장은 지금도 매일 일매출 현황, 반품 및 클레임 통계, 전화응답률, 항의 및 문의 메일 등을 일일이 챙기고 있다. 그는 일매출에 약간의 변동이 생기거나 고객의 클레임이 늘어나면 언제라도 담당사업부로 뛰어내려가 문제를 풀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 사장은 “돈뭉치를 싸들고 덤벼드는 대기업의 계열사와 군소 인터넷쇼핑몰의 공짜 서비스에 맞서기 위해서는 성실이 최고의 무기”라며 “음식점의 경쟁력이 밑반찬의 수가 아니라 음식맛에서 좌우되듯 인터넷쇼핑몰은 섣부른 공짜 서비스가 아닌 저렴한 가격의 표준화된 상품에서 경쟁력이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이기형사장은
▲1963년 전북 익산 출생
▲82년 경기고 졸업
▲87년 서울대 천문학과 졸업
▲88년 삼성전관 입사
▲96년 데이콤 사이버마켓팀소사장
▲96년 인터파크 창립
●가족관계 및 취미
▲부인과 2녀
▲골프(핸디5),음악감상
▲소주1병
■인터파크는
인터파크(www.interpark.com)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쇼핑몰로 5만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종합 온라인 유통업체이다.
인터파크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각종 파크의 집합소. 티켓파크 북파크 가전파크 PC파크 등 품종별로 나뉘어진 18개 파크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가전과 PC를 비롯해 도서 음반 DVD타이틀 등 미디어 상품군, 티켓 여행 이사서비스 배달 등 무형(無形) 상품군까지 ‘없는 게 없는’ 이른바 만물상이다.
최근에는 실물을 만져보고 입어봐야 구매로 이어진다는 패션잡화와 명품도 주력상품으로 편입됐고 배달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식품류도 늘고있다.
‘잘나가는 인터넷쇼핑몰’ 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20~30대 젊은 네티즌이 인터파크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체적인 인지도는 낮다는 게 그것.
그러나 지난해 12월 공개입찰을 거쳐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로부터 입장권 판매 대행사로 선정됨에 따라 월드컵 공식 스폰서 못지않은 국제적 공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전국 10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32경기의 입장권 74만1,000매의 국내 판매에 따른 대행수수료(입장권 판매금액의 4.78%)는 약 40억원.
그러나 자체기술로 입장권 예매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이를 통해 40~50대 소비자들에게 인터넷 쇼핑몰의 존재를 알리게 된 것 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수확이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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