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란 참 이상한 경기다. 승부의 흐름이 미미한 것 하나에 바뀐다. 카메룬과 아일랜드의 경기가 그랬다. 전반만을 볼 때 카메룬의 공격은 가공할 만 했다. 노장 음보마(32)와 영파워 에토오(21)는 경험과 패기가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투톱이었다.에토오는 스피드와 기술을 앞세워 미드필드부터 상대 수비를 휘저었고 음보마는 결정적인 순간에 제 역할을 해냈다. 골은 한 골이었지만 경기를 거듭할 수록 이들 콤비의 위력은 더욱 빛날 것같다.
잉글랜드 아스날의 수비형 미드필더 에탐므가 이끄는 수비진도 돋보였다. 3백과 양쪽 윙백이 에탐므를 무게 중심으로 활 모양의 수비진을 구축했는데 전반에 아일랜드는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카메룬은 후반에 갑자기 무너졌다. 체력안배 실패와 아일랜드의 효과적인 전술변화, 두 가지 이유가 작용했다. 아일랜드는 오른쪽 풀백 스티브 피넌을 투입하고 이언 하트를 왼쪽으로 이동시킨 뒤 측면돌파로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켰다. 전형도 4_4_2에서 3_5_2로 바꾸었다.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아일랜드의 전술적 적응력과 강인한 체력은 대등하거나 또는 열세로 흐를 수 있는 경기를 팽팽한 명승부로 만들었다. 무승부로 끝나 흥미가 반감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두 팀이 16강에 오를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독일이 이제는 E조에서 16강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우려되는 것은 카메룬의 장점과 단점이 너무 명확하다는 점이다. 또 아일랜드는 감독과의 불화로 팀에서 이탈한 로이 킨 같은 결정적인 스타가 없다는 점이 옥에 티다. 아마 3팀의 16강 진출은 1승1무1패의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골득실로 가려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MBC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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