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 지난 31일 낮 울산 미포구장에서 스페인의 축구스타 라울의 인터뷰가 있었다.50여명의 스페인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국기자 5~6명 역시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인터뷰 말미에 라울은 “왜 한국기자들은 질문을 하지 않느냐”며 여유까지 보였다.
스페인 축구협회가 4억원을 들여 훈련장 옆에 가설한 프레스룸에서는 거의 매일 30분~1시간동안 기자회견이 열린다. 이 시간 스페인축구협회 직원들은 자국 선수들을 홍보하기 위해 분주하다.
사례 2 : 지난 30일 브라질 선수들의 훈련장인 울산 서부구장.
훈련을 마친 스타플레이어들이 믹스트존을 통과하자 주위에 있던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이 잇달았다. 호나우두, 히바우두등이 주표적. 100m 정도의 거리를 지나는데 무려 30분이 걸렸다. 대 스타답게 어떤 질문이든 친절하게 답변한다.
국내경찰이 기자들을 제지하자 언론과 사이가 나쁜 스콜라리 감독이 오히려 못마땅하게 여길 정도. 숙소인 울산현대호텔 2층에는 프레스센터를 마련, 정보를 교환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사례 3 : 지난 29일 한국팀 훈련장인 경주종합운동장엔 100명 가까운 한국 취재진이 몰렸다. 그러나 오후 훈련이 끝나자 선수들은 믹스트존을 순식간에 빠져 나갔다.
한,두마디 묻기도 어려웠다. 히딩크 감독은 벌써 사라진 지 오래. 다음날 경주 현대호텔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2층 비즈니스센터에서 몇몇 기자가 기사를 전송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한국팀관계자라는 사람이 나타나 “무조건 나가라”고 다그쳤다.
국제축구연맹(FIFA)규정에 기자들은 선수단 숙소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경주캠프에 홍보를 위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물론 프레스센터도 없다.
16강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선수단은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러나 16강이 지상목표라고 하더라도 월드컵은 국민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국내축구문화가 활성화하고 외국 언론이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 준다면 그 자체로도 효과는 크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오로지 16강 진출에만 목을 메달고 있는 인상이다. 주최국 대표팀의 훈련장에 프레스센터 하나 없고 대표팀 격리에만 열중한다.
협회는 스페인과 브라질의 홍보 노하우를 배울 필요가 있다. 특정인 한 사람의 세속적인 욕심을 위해서만 일할 게 아니라 우리 축구를 살리는 절호의 기회임을 망각해선 안된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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