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제 분위기 속에서 특수를 누리며 한껏 열기를 만끽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켠에는 오히려 싸늘한 월드컵 한파에 울상을 짓는 이들도 있다. 업종 별로, 혹은 같은 업종 사이에서도 월드컵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같은 업종ㆍ상품도 희비 교차
개막전이 열린 31일 저녁 60인치 프로젝션TV가 설치된 서울 신촌 연세대 앞 호프집 ‘ABBA’은 젊은이들로 꽉 메워졌다. 직원 송대식(宋大植ㆍ21)씨는 “지난번 평가전 때도 그랬듯 중계를 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찾지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강대생 최재원(崔在湲ㆍ28)씨는 “대학가의 카페, 호프집들이야말로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떠들고 응원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말했다.
반면 고급술집들은 매출이 30~40%나 격감해 울상이다. 서울 강남역 부근 단란주점 업주 최모(36ㆍ여)씨는 “대형TV를 방마다 설치해 놓고 단골손님에게 전화했다가 ‘TV보면서 비싼 술 마실 일 있느냐’는 핀잔만 들었다”고 말했고, 역삼동의 룸살롱 업주 오모(39ㆍ여)씨는 “한국전이 있는 날은 아예 문을 닫을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행기표 판매도 유럽ㆍ미주노선과 한ㆍ일노선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대한항공 구주노선은 평소보다 10% 늘어난 90%정도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ㆍ일노선은 20%정도 떨어진 62%수준.
특히 일본 오사카와 나고야발 부산행의 경우 6월 예약률이 각 41%, 39%로 지난해의 절반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 항공사측은 “월드컵이 끝나기 전까지는 더 이상의 일본 관광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업종별 특수와 한파
최고 히트상품은 단연 프로젝션TV를 비롯한 대형TV. 전자제품 판매업체 H사 관계자는 “40인치 이상 대형TV 판매량이 4월 1,600대에서 이달들어 2,500여대로 껑충 뛰었다”고 흐뭇해 했다.
대당 700만~1,500만원에 달하는 이들 TV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위한 전문대여점들도 성업이다. 영상기기 전문대여업체 K렌탈의 경우 평소 주당 임대량이 1, 2개이던 프로젝션TV가 요즘은 거의 매일 1대꼴이다.
이 회사 영업팀 관계자는 “월 대여료가 200만원 가량인 60~70인치 프로젝션TV는 이미 물량이 동났다”며 “대여기간도 종전 1~2일에서 요즘은 ‘월드컵 기간 전체’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벤처업계도 특수를 누리는 곳들이 적지않다. 대덕밸리의 로봇개발 전문업체인 H사는 화생방 테러대비용으로 사용할 탱크로봇 4대를 군(軍)에 납품했다. 음성인식업체인 S사는 월드컵 경기장과 인천공항, 호텔 등에 음성안내기 50기를 공급했다.
반면 일부업계는 난데없는 여름 한파를 겪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45)씨는 “평소 하루 13~15만원의 수입을 올렸는데 월드컵 개막식날에는 10만원도 못 채웠다”며 “저녁에는 행인이 아예 없다시피하니 손님이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D상운 관계자는 “4일 한국 대표팀의 경기시간에는 모여서 응원이나 하겠다는 기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영화관객도 20%가량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월드컵 기간에 개봉되는 ‘후아유’ ‘해적, 디스코왕 되다’ ‘예스터데이’ 등 한국영화 3편에 일부 극장에서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자막을 처리해 상영키로 하는 등 관객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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