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석학들은 월드컵이 문화간, 인종간 상호이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아시아유럽재단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1일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개최한 ‘세계 지성인 원탁회의’에서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호세 라모스 호르타 동티모르 외무장관, 한승주(韓昇洲) 고려대 교수 등은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는 월드컵은 인류의 이상향이지만, 빈부격차 해소와 문명간 대화를 위한 노력도 경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크 아탈리(유럽은행 초대 총재)
월드컵에서 미국은 약소국이고, 경제난을 겪는 아르헨티나가 강국이다. 이것이 스포츠의 묘미이고, 이상이다. 하지만 전 세계 5억 명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현실도 있다. 이를 감춰서는 안된다.
▼기 소르망
월드컵을 통해 한국은 전세계에 능력을 과시했다. 이슬람이 서구에 적대적이어서 문명 충돌이 발생한다는 견해에 반대한다.
이슬람이 빈곤하기에 현대화하지 못한 것이다. 어제(31일) 월드컵 개막식은 세계문화가 어떻게 발전될지를 알려준 신호였다. 세계문화와 한국문화가 결합하듯 세계의 예술가들은 인류의 문화를 창조할 것이다.
▼라모스 호르타
스포츠는 국민을 마취시키는 부정적 역할도 한지만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당시의 남북한 동시입장처럼 놀라운 결과도 가져온다.
동티모르의 독립은 수십 년 간의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에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중요한 것은 편견이나 증오심을 없애는 것이다.
▼한승주
스포츠가 어떻게 외교를 돕고 있는가를 언급하고 싶다.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을 좀 더 가깝게 했다.
서울에서 일본의 기미가요가 울려 퍼졌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연설에 대해 한국인 누구도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향후 한일간의 희망찬 미래를 창조할 것이다.
▼야마모토 타다시(山本 正ㆍ일본 국제교류센터소장)
한때 한국민에게 일본어와 일본이름 사용을 강요했던 일본의 국기가 서울의 월드컵 개막식에 등장한 것은 과거에 상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이는 한일 양국간의 꾸준한 교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 미 대사)
스포츠는 양측의 긴장과 갈등을 푸는 아이스 브레이커(ice breaker)이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는 놀라운 일이다. 최근 일본 천황은 자신의 조상이 한국에서 왔다고 얘기했는데, 이 발언은 진솔한 것이라고 본다.
나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과거 냉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보았는데, 미국 정부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최근 방북해 만난 북한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라고 나에게 질문해왔다. 상대방인 미국을 탓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상대방을 탓하면 신경질적인 음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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