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박한제 등 지음
사계절 발행ㆍ1만3,800원
동·서양사학과 교수4명 中~우즈베키스탄 답사 몽골제국 유산 조명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넓은 나라, 그리고 가장 강했던 나라. 13세기 초 탄생했던 몽골제국이다.
몽골제국은 아시아, 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짓밟고 정복했지만, 반대로 멀리 떨어져있던 문명이 서로 만나는 계기를 제공했다. 몽골제국이 세계 역사와 문명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가 나왔다.
저자는 박한제 김호동 최갑수 한정숙 등 서울대 동ㆍ서양사학과 교수 4명. 이들의 관심은 몽골제국이 인류 역사에 남긴 영향 특히 동서양 문명권에 남긴 영향과 둘 사이를 잇고 합치는 데 기여한 역할이었다.
그래서 저자들은 몽골제국의 유산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2000년 7월 중국_몽골_러시아_이탈리아_터키-우즈베키스탄을 답사했으며 직접 다녀오기 어려운 지역은 이후 개별적으로 추가 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그 해 9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한국일보에 ‘역사에세이’란 제목으로 답사기를 연재했으며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는 그 연재물을 모은 책이다.
책은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이 다른 문화를 두루 포용하는 다원주의적 세계관을 지녔고, 실크로드는 빨리 스쳐 지나가야할 길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문물이 전달되고 머물고 변용되는 공간이라는 사실 을 입증한다.
아울러 몽골제국이 다른 문화와 종교를 널리 수용하고 그 때문에 몽골 지배기에 유라시아에 평화가 찾아왔으며 몽골인들이 곳곳에 도시와 교통망을 건설하고 교역을 촉진시켰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그 결과 몽골제국 시대에는 정치ㆍ경제적 통합과 교류를 바탕으로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계를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는 관점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런 시각이야 말로 지난해 9ㆍ11 테러 이후 부각된 문명간 상호 인식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
책은 답사기답게 현장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몽골 초원에 홀로 서있는 톤육쿡, 퀼 테긴, 빌게카간 비석 그리고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우연히 목격한 나담축제의 말 타는 아이들.
여기에 현지서 직접 촬영한 시원한 사진이 보태져 문헌에 의존해 책상에 앉아 쓴 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미를 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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