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물건들의 신화세르주 티스롱 지음ㆍ임호경 옮김
궁리 발행ㆍ1만3,000원
휴대전화, 현금인출기, 디지털 카메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의 산물들은 천일야화에 등장하는 마술 램프만큼이나 꿈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다가, 어느덧 의자나 연필 같이 평범한 일상의 사물로 내려앉는다.
그러나 이들 물건은 오늘날 새로운 몸짓과 체험, 새로운 사회관계의 조직이라는 신화를 탄생시키고 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책에서 ‘이미지 문명’ 시대에 신기술이 가져온 일상 속 사물과 그 사물의 이미지를 어떻게 읽어내려갈 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휴대전화가 아이들이 갖고 노는 곰인형처럼 내밀하고 사적인 물건이 됐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몸짓과 행동을 취하게 만들고 타인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했기 때문이다.
같은 식으로 비유하자면, 한 사람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물질적 신용도를 조회하고 돈을 인출하는 현금지급기는, 가톨릭 신자가 자신의 영적 신용도를 물어보는 고해성사실이 된다.
베네통, 로레알 등의 광고 전략도 분석 대상이다. 베네통 전략은 소비자가 내적 갈등을 피하고 자신이 정상이라는 안도감을 얻도록 하기 위해 광고 제품을 구매토록 하는 것.
반면 로레알 전략은 평범한 일상의 이미지를 활용, 소비자가 자신과 동일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집단에 귀속되려면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유도하는 전략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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