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서의 茶이야기'/ 이광주 지음전세계 170여개 국 수십억 인구가 하루에 20억 잔이나 마신다는 차(茶). 차는 민족과 나라에 따라, 그리고 풍토와 문화 전통에 의해 저마다 독특한 끽다 풍습과 차문화를 낳았다.
‘동과 서의 차 이야기- 놀이와 사교가 있는 풍경’은 서양 문화사ㆍ지성사 전공의 역사학자이자 차 애호가인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가 차에 얽힌 이야기로 동서양의 문화사를 읽어낸 독특한 시각의 고품격 에세이다.
그가 보기에 동양 차문화의 본질은 ‘놀이’이다. 차 원산지인 중국에서 처음으로 차문화를 정착시킨 당나라 시대 학자 육우(陸羽)는 ‘다선일미(茶禪一味)’로 요약되는 고전 ‘다경(茶經)’을 남겼다.
저자는 인도에서 전래된 선(禪) 사상이 자연스럽게 중국의 차문화와 결부되면서 풍류와 놀이를 뜻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적 차문화를 형성했다고 설명한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 그대로 중국에서는 차가 일상적으로 애음되고 그 종류만 해도 1,000종 이상이다.
책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이 평소 서재에서 옛 황제에게 바쳤던 대홍포차를 즐겨 마셨다는 것, 엄격한 격식을 강조하는 일본 특유의 차문화는 무사계급을 통해 중국의 차문화가 처음 보급됐기 때문이라는 것 등이 소개된다.
차가 유럽문화에 미친 영향은 문명 충격에 비견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1997년 미국의 ‘라이프’지가 발표한 지난 1,000 년의 100대 세계사적 대사건 목록에는 16세기 초 중국 차의 전래가 미친 삶의 변화가 28위에 올라 있다.
저자는 동양에서 전래된 차가 커피와 더불어 중세 유럽의 전사(戰士) 문화에 종지부를 찍고 사교문화와 귀족과 서민이 자유롭게 담론에 참여하는 카페 문화를 열었다는 사실과 차세(茶稅) 반대운동에서 불거진 미국의 독립전쟁, 차에 대한 영국의 과잉수요에서 비롯된 아편전쟁 등 차가 세계사적 사건에 미친 영향도 일러준다.
보다 빨리 차를 수송하겠다는 욕구에서 불거진 차 쾌속선 경쟁을 통해 영국의 최신형 쾌속 범선 커티 삭(Cutty Sark)호가 건조됐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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