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유난히 더러운 것에 매력을 느낀다.제가 눈 똥을 들고 유심히 바라보다 심지어 입으로 가져가는 아기도 있고, 좀 나이가 들어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을 구분하게 되면서도 오줌이나 똥, 방귀, 트림 등 사람의 몸이 만들어내는 배설물 이야기를 해주면 자지러진다.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누구나 눈다’ ‘강아지똥’ ‘아기 코끼리 똥’ 같은 직설적인 제목의 동화가 인기를 끄는 것도 아이들이 얼마나 ‘배변’ 관련 이야기를 재미있어 하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
‘방귀대장 뿡뿡이’ 는 EBS의 유아교육 프로그램이다. 2001년 4월부터 매일 방송으로 편성돼 EBS 어린이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기초 생활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옷입기, 이닦기, 인사하기 등 어지간한 생활교육은 이 프로그램에 맡겨도 될만하다.
캐릭터의 인기는 더욱 폭발적이다.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인 인형은 현대 30만개 가량 팔렸고, 비디오 매출은 10만개 이상 팔려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름을 겨냥한 어린이용 샌들이 이미 다 팔려 재생산에 들어갔고, 물놀이 용품도 여름 시장을 준비중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방귀대장 뿡뿡이의 캐릭터에 매료되는 이유는 바로 금기에 대한 도전의식이다.
처음 캐릭터 인형이 나왔을 때는 그저 “귀엽다” 정도로만 인식됐다. 그러나 배의 한 가운데를 누르면 “뿡”하고 방귀 소리가 나는 장치를 삽입한 이후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다.
뿡뿡이의 몸체는 ‘텔레토비’처럼 상체가 길고 다리는 짧다.
기저귀를 찬 아이들처럼 친근한 모습. 자극적인 주황색과 커다란 눈, 그리고 푹신한 몸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처럼 똥싸고, 오줌 싸는 친근한 친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깨끗한 것보다는 더러운 것, 어른들이 권하고 싶어하는 것보다는 감추려 하는 것에 더욱 매료되는 아이들.
뿡뿡이는 그런 아이들의 심정을 상업적 전략으로 잘 포장한 경우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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