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타임에 맞춰라.”유럽과 북남미 대륙을 오가며 열리던 월드컵이 31일 지구 반대편 아시아에서 개막하자 전세계 축구팬들이 4~13시간씩 벌어지는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새벽 시간에 중계되는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시민들이 잠 쫓는 블랙커피를 준비 중이고 술집과 식당들이 영업시간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기업들이 근무시간을 바꾸고 교회가 예배시간을 연기했다. 서울에서 오후 8시30분에 열리는 경기가 영국에서는 0시30분, 브라질에서는 오전 8시30분, 뉴욕에선 오전 7시30분에 중계되기 때문이다.
영국 기업들은 대부분의 경기가 아침 식사시간이나 오전 중에 생중계되는 바람에 축구에 열광하는 근로자들이 집단 결근할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영국 상공회의소는 6월7일 낮 12시30분에 중계되는 잉글랜드_아일랜드전 때문에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지각 조퇴 결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탈리아의 한 가전회사 임원은 “경기가 있는 날은 반나절만 일할 것”이라며 “최근 디지털 미니 라디오와 액정휴대 TV가 급속도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성공회는 잉글랜드의 첫 경기인 스웨덴전이 일요일인 2일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됨에 따라 전국 교회에 주일 예배시간을 변경하거나 신자들이 교회안에서 TV로 시청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포르투갈에서는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산업협회가 노동자의 결근을 우려,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 대신 녹화방송으로 해달라고 공식 요청해 팬들의 원성을 샀다.
아일랜드에서는 한 축구동호회가 “전 국민이 축구를 볼 수 있도록 월드컵기간 동안 아예 국가 시간을 9시간 앞당겨 한국시간에 맞춰달라”며 5,000여명의 연대 서명을 받아 정부에 청원했다.
멕시코시티의 식당과 술집은 월드컵 기간동안 영업종료 시간인 오후 4시 이후까지 연장영업하기로 했다.
또 유럽 술집들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매장 안팎에 대형 TV와 스크린을 설치하고 축구 중계에 맞춰 개점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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