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는 싶은데 껍질을 까기가 너무 귀찮아서….”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지난해 7월 도입됐던 부동산투자회사(리츠ㆍREITs)가 기대와 달리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작용을 우려한 정부가 부동산투자회사법에 각종 제한규정을 마련한 데다 시장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리츠 활성화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리츠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각종 부동산상품에 투자한 뒤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자금을 모아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은 낯설지 않지만, 자금원이 주식시장이라는 게 리츠의 특색.
대주주가 전문 자산운용사를 통해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동시에 리츠를 증시에 상장하고 일반투자자들은 공모를 통해 리츠(회사인 동시에 상품)의 주식을 갖게 된다.
소액주주(일반투자자)들은 배당의 형태로 부동산투자 이익을 얻는 한편 부동산 직접투자시 단점으로 꼽히는 환금성 문제를 주식매도를 통해 해결하게 된다.
부동산의 안정성과 증권의 환금성을 결합한 형태다.
리츠는 또 투자부동산의 종류에 제한을 받지 않는 일반리츠와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에 7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CR(Corporate Restructuring)리츠로 나뉜다.
■공모 부진
리츠 도입 1년이 다 돼가지만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는 ‘교보-메리츠 퍼스트 CR리츠’와 ‘코크렙1호 CR리츠(30일 상장)’ 뿐이다.
공모 경쟁률도 각각 1.04대1과 1.62대1에 그치며 겨우 자금을 마련했다. 그나마 CR리츠는 나은 편이다. 일반리츠 1호로 예비인가를 받은 에이팩리츠는 지난해 12월 일반 공모를 실시했으나 목표금액의 17%밖에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일반리츠들도 공모 실패를 우려, 공모일정을 미뤘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CR리츠에만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등 일반리츠의 단점이 많기 때문이다.
■부진 원인
1998년 뮤추얼펀드의 열풍을 재연할 것으로 기대됐던 리츠의 이 같은 부진은 제도의 허점 때문.
최소 자본금이 500억원으로 지나치게 높고 현물출자도 제한돼 자본금 마련 부담이 크다. 발기인에 대한 상장후 보호예수 규정도 기관투자자들의 리츠 참여를 어렵게 한다.
수익성이 높은 개발사업을 제한하고 있어 리츠의 상품운용이 주로 임대사업에만 국한되는 것도 문제다. 은행권에서 내놓는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이 아파트, 오피스텔 등 개발사업을 운용해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리츠 활성화의 전제조건은 수익성 있는 우량 부동산을 얼마나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 가격은 절대수준이 크게 높아 저평가된 물건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사업계획을 신뢰하기 어렵고 성의가 부족한 것도 걸림돌.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대부분의 리츠가 빌딩임대를 생각하는데 서울에서 사무실 임대사업의 수익률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며 “리츠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가구주택 임대사업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사업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활성화 방안
무엇보다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선행돼야 하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 헬스케어 리츠는 대표적인 예다.
투자자금으로 신도시 등지에 병원을 짓거나 빌딩을 임대한 후 병원으로 꾸며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도 리츠 정착까지는 30년 이상 걸렸다”며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부족한 상태여서 한국형 리츠의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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