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으로 최근까지 브랜드와 브랜드 자산 가치에 대한 국내 회사들의 인식은 매우 초보적이었던 게 사실이다.반면 외국 회사들은 수십년 수백년간 브랜드를 키워 왔다. 코카콜라나 던힐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세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외국 회사들을 보면 단순히 경영기법이나 시스템적 우수성만으로 수익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 기업의 기본전략은 브랜드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데 있다.
담배를 예로 들어보자. 국산 담배는 3~4년 꼴로 새로운 브랜드가 출시된다. 때문에 애연가들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 친숙한 브랜드를 잊을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타고 선진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외국 담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회사들이 2~3년마다 브랜드를 교체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 경우 제품은 물론 출시 후 지속적으로 투자한 브랜드 자산도 함께 사장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브랜드 자산 및 가치의 축적보다는 유통망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혹은 할증하는 전략으로 제품 매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른 후 매출에 한계를 보이면 새로운 브랜드로 대체해 온 것이 관례이다.
이러한 시장 및 유통 구조 때문에 국산품의 브랜드 충성도는 낮아지고 상표 전환율이 거꾸로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에 런칭시키려면 많게는 수백억원의 비용을 쏟아 부어야만 한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높은 매출 이익률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손익구조가 취약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지속적이며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을 구사한다. 수익성이 높은 회사와 브랜드 관리력이 좋은 회사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 한다.
브랜드 전략 못지않게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기법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외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예컨데 기존의 마케팅 기법이 정보 위주의 고객설득 전략이었다면 고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체험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항공 호텔 화장품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이런 체험적 마케팅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영화평론가 기자 일반 대중을 초청하여 대규모 시사회를 개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체험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참여하는 런칭 행사처럼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감성과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행사에 접목시킨 마케팅 사례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을 알고 전략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선 마케팅과 브랜드력이 점점 더 중요한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잘못 출시한 브랜드나 잘못 구사한 브랜드 전략은 회사의 존망과 직결된다. 거센 외국 업체들의 국내진출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들도 하루 속히 마케팅력과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식을 성숙시켜야 한다.
김해관 엔프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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