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각에서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에 처음으로 흑인이 임명됐다. 주인공은 각 부처의 예산 지출을 관리하는 공공지출장관에 29일 임명된 폴 보텡(50)이다.1892년 영국 의회에서 첫 유색인 의원이 선출되면서 백인 일색의 정계 전통이 깨진 이후 각료 회의의 성원인 주요 장관에 흑인이 임명되기는 100여 년 만에 처음이다. 그 동안 영국 관가에서 주목할 만한 자리를 차지한 유색인은 개각 전까지 내무부 금융담당장관을 맡고 있던 보텡과 유럽담당장관을 지낸 인도계 키스 바즈 정도가 고작이다. 하원 659석 가운데 백인이 아닌 의원 역시 12명에 불과하다.
동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가 고향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보텡은 변호사로 활동하다 1987년 하원의원에 선출되면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의회 진출 이후 각료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청소년보건 장관 등 몇몇 장관을 두루 지냈다.
보텡 장관은 이날 개각 발표 직후 자신의 피부색이 주목받는다는 점을 의식해 “나의 직함은 정부 각 부처의 예산 배정을 심사하는 공공지출장관이며 그것이 전부”라며 “피부색이 나의 일부이긴 하지만 그런 색깔로 평가받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흑인유권자운동(OBV)의 리 재스퍼 회장은 “의회 정치 사상 그리고 영국 내 흑인사회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 내에 열망의 대상이 생겼다”며 “보텡 장관의 입각은 흑인도 의원, 각료, 총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청소년들에게 안겨 주었다”고 말했다. 영국 내 유색인은 전체 인구의 7%에 이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