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응원 보고 슛!골인하세요"“태극전사 아찌들, 우리 응원 보고 꼭 ‘슛! 골인’ 하세요.”
28일 오후 서울 상암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식 시연회. 문화행사 직전 앙증맞은 복장의 어린이 30명이 월드컵 송에 맞춰 현란한 율동으로 응원을 선보이자 관중 3만여명이 일시에 탄성을 자아냈다.
주인공은 다름아닌 월드컵 ‘병아리 응원단’. 응원단이 만들어진 것은 1999년. 교육방송(EBS)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의 ‘뚝딱이 아빠’로 잘 알려진 연예인 김종석(金鍾碩)씨가 월드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수도권 지역 유치원생 150명을 모았다.
이후 이들은 지난해부터 월드컵을 향해 매일 3시간의 체력 훈련과 안무 연습 등 강행군을 거듭해 왔다. 친구들과 정신없이 장난을 치다가도 일단 ‘응원 준비’ 호령이 떨어지면 즉각 제 위치를 찾는 경력 90여회의 응원꾼들이다.
김세훈(8ㆍ포이초1) 군은 “제가 매일 아프다고 아빠가 엄마를 막 꾸중했는데 응원 연습을 한 뒤 건강해져서 이제는 아빠 엄마가 싸우지 않는다”며 “여덟살인 제가 응원하니까 꼭 8강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30일에도 병아리 응원단은 월드컵 전야제에 멋진 응원을 선보이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에서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김종석씨는 “처음엔 쓸데 없는 짓 한다고 부모들의 반대와 탈퇴 요구가 많았다”면서 “새싹들의 순수한 월드컵 응원의 의미가 퇴색될까 봐 일체의 후원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막식이 열리는 31일 서울 상암 경기장. 정예 멤버 30명으로 구성된 2002월드컵 꿈나무 병아리 응원단의 현란한 응원과 함성이 60억 인류의 축구 잔치를 알리는 팡파레와 함께 세계로 울려 퍼진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초청장만은 꼭 간직할래요"
“갈 수는 없지만 초청장은 꼬옥~ 간직할 거예요.”
30일 오전 서울대병원 소아암병동. 백혈병을 앓아 모자를 눌러쓰고 창백한 얼굴을 한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와 의료진의 표정은 월드컵축제의 함성이 커질수록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
아이들이 월드컵 개막식 초청을 받고도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백혈병 어린이들이 24일 고사리 손으로 현수막 3개에 월드컵응원 메시지를 작성, 대표팀에게 전달한 후 정몽준(鄭夢準) 대한축구협회장이 화답으로 29일 아이들 앞으로 초청장 10장을 보냈다.
그러나 어린이 대부분이 장시간 외출이 버거운 상태여서 병원측은 고심 끝에 참석 불가 결정을 내려야 했다.
현수막에 ‘월드컵 파이팅’ 글을 남겼다고 자랑하는 이병곤(李柄坤ㆍ7) 군은 “홍명보 아저씨를 꼭 보고 싶은데…” 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 탁선희(42) 씨는 “1년 동안 항암제를 맞으면서 대만, 일본에까지 이식 받을 골수를 찾아 나섰지만 헛수고였다”며 “건강을 염려해 참가를 못 하게 한 만큼 병원측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병곤이와 함께 월드컵 메시지를 작성한 박시용(朴時用ㆍ10)군도 가고는 싶지만 가지 못하는 상태여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군은 합병증으로 곰팡이균이 간과 콩팥에서 자라고 있다는 진단을 받아 개막식 날도 병실에서 계속 주사를 꽂고 있어야 한다. “시용이는 코너킥 장면을 참 좋아해요.
경기장에는 못 가도 병실에서 대표팀을 열심히 응원할 겁니다.” 어머니 고선숙(39)씨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서울대 병원은 이들 어린이 대신 외래 환자 중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위주로 8명을 선발, 대신 개막식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