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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축구공의 경제학

입력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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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산 규모 1억 달러, 현금자산 40억 달러, 5개의 빌딩에 120명의 상주직원, 국제연합(UN) 가입국 보다 15개나 많은 198개의 회원국…언뜻 코카콜라나 맥도널드 등 다국적 기업의 회계장부를 연상시키는 수치지만 실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자산 및 회원국 현황이다.

월드컵의 모든 마케팅 수익을 독점하고 있는 FIFA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스포츠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번 월드컵에서도 중계권과 사업권을 팔아 총 2조원 대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으로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탄탄한 기업인 셈이다.

FIFA의 돈벌이의 핵심은 독점적 사업권이다. 음료수나 햄버거, 필름 하나 파는 것도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형 전광판이나 멀티비전을 동원해 경기를 집단 시청할 경우에도 TV 중계권료와는 별도의 중계권료를 받는다.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FIFA는 428g짜리 축구공 하나로 세계를 지배하며 스포츠를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FIFA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제 월드컵을 단순한 국가대항 축구경기로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은 없다. 월드컵은 체육행사의 의미를 넘어서 개최국에 엄청난 유ㆍ무형의 이득을 안겨주는 경제 잔치로 변모한 지 오래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 맞춰 투자 포럼과 최고경영자(CEO)라운드테이블이 열리고 회의와 산업현장 시찰, 월드컵 관람을 위해 해외 유명 CEO들이 대거 입국한 것도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을 통한 고용창출과 내수 증대, 관광 수입 등의 경제적 이득은 이미 역대 개최국들이 실증해 보인 바 있다. 지난 번 월드컵 개최국인 프랑스의 실업률은 개막 1년 전인 1997년만 해도 12%에 달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난 뒤 실업률은 고용효과에 힘입어 한자리 수로 떨어졌다. 주가도 40% 가량 상승했고, 국내총생산(GDP)은 3.5%로 90년대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이 세계 2위의 관광대국 자리를 굳힌 것도 82년 월드컵과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최가 결정적이었다. 이번 월드컵이라고 다를 리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소비 등이 유발하는 경제적 이익 창출 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평가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5조원 대에 이른다고 한다. GDP가 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마침 월드컵이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기에 맞춰 열리게 돼 경제적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팀이 16강 진출에 성공할 경우 경제적 이득도 따라서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다. 관련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 광고 및 소비 증대 효과가 경기 진행 내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월드컵 붐은 가전제품의 소비 활성화 등 관련 산업의 활황을 이끌어 낸다. 월드컵 수혜주의 약진 등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단순한 축구계의 경사가 아닌 것이다.

월드컵 개최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문화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 상품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의 첨단 정보기술(IT)수준을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 역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기업들이 이번 대회가 국제적인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 경제월드컵, IT월드컵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철저한 계산과 관리를 통해 월드컵의 열기가 장기적인 코리아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저녁 월드컵 개막식과 첫 경기가 열린다.

세계인의 시선이 앞으로 한 달 동안 우리나라에 집중된다. 그 뜨거운 시선 속에서 16강 진출과 경제월드컵의 성공이 동시에 이루어지길 기대해 보자.

이창민 논설위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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