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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원만 있고 국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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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원만 있고 국회가 없다

입력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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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30일부터 국회의원만 있지 국회가 없다.국회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을 구성하지 못해 뇌사상태에 빠졌다. 월드컵 축제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있지만, 이 나라의 3부 중 입법부는 기능정지 상태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엊그제 일이 아니지만, 정치권은 해도 너무 한다.

월드컵 귀빈 맞이에 전직의장이 대리로 나서는 절름발이 의전이 계속돼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고, 계류중인 민생현안이 또 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주는 예보채 차환발행 동의안 처리가 미뤄지고, 6월 시행 예정이던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실시가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안’ 처리 지연으로 늦춰지고 있다.

사채이자의 법정한도를 규정한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과 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과 일용직 근로자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한 ‘고용보험 개정안’등 19개 민생법안의 처리도 부지하세월이다.

심지어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의원 4명의 사퇴서 처리가 불가능해져 법적 다툼의 소지를 제공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원 구성 실패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며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원 구성 자체가 정쟁의 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여야는 월드컵이라는 국가대사를 위해 모처럼 만에 정쟁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쟁중단이라는 정치적 제스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법부가 기능 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장직을 차지해 국회를 장악하겠다는 여야의 기세로 볼 때 원 구성이 쉽게 될 것 같지도 않다. 6ㆍ13 지방선거까지는 이미 물건너 갔고, 이대로 라면 8ㆍ8 재보선 후로 미뤄져 버릴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이 자기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 국가망신을 계속 자초할 경우, 돌아갈 국민의 심판은 뻔하다. 국회는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 협상을 하든 담판을 짓든, 아니면 자유투표를 하든 원 구성은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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