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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0억 지구인 하나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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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0억 지구인 하나 되는 날

입력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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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아주 특별한 밤이다.21세기 첫 월드컵 축구경기가 서울 상암 경기장에서 개막한다. 우리는 1996년 5월 31일 세계 축구연맹(FIFA)이 2002 월드컵 축구 개최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결정하던 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의 기쁨이 오늘의 축제로 승화되었다.

우리가 마련한 잔치에서 지단, 호나우두, 오언, 피구, 황선홍 같은 스타들이 승리의 꿈을 꾼다. 펠레, 마라도나, 베켄바우어 같은 불멸의 축구영웅 들은 화려했던 날들을 회상한다. 월드컵은 축구인 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서울 하늘 아래 모인 세계의 정치 지도자, 기업인, 예술가, 축구 팬들이 모두 하나가 되는 평화의 밤이다. 아니 지구촌 60억 인류가 인종과 언어, 종교와 국적을 초월하여 하나가 되는 축제 마당이다.

우리의 준비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한때 월드컵 개최에 회의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극복했다.

정부, 조직위원회, 축구협회, 10개 개최도시의 수많은 행사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공동 개최국 일본의 노력에 역시 박수를 보낸다. 두 나라가 아시아인의 능력과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한일 월드컵은 세계평화를 희구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뜻 깊은 행사다. 작년 ‘9ㆍ11 테러사태’ 이후 인류는 얼마나 불안하고 황량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졸였던가.

불신과 비난과 억지가 전세계를 뒤덮었다. 이제 지구촌 사람들은 우리가 공들여 마련한 월드컵 잔치를 보면서 잠시나마 웃고 감동하고 환호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한일 월드컵이 전세계 축구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모든 참가국 팀이 유감없이 그들의 기량을 발휘하고, 새로운 수퍼 스타가 많이 출현하여 세계 축구팬 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또한 국민의 열화 같은 성원 속에 훈련해온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기원한다.

될 수 있으면 한일 두 개최국이 나란히 16강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어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올리기를 바란다. 세계축구가 지나치게 유럽과 남미 편향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이제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팀의 16강 진출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월드컵을 통해 우리의 시민의식이 더 성숙해지는 것이다. 16강 진출을 위하여, 단기적인 월드컵 특수를 위해서 월드컵을 준비한 것이라면 너무나 위험한 투자였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꾸기에 전국 10개 도시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올림픽 보다 훨씬 좋은 기회다.

잔치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우리가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월드컵 행사 관계자나 자원봉사자 들은 맡은 소임을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

6월 30일 요코하마에서 FIFA 컵이 우승팀에게 안기는 순간까지 행사진행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일반 시민들도 자동차 이부제 운행에 협조하고 친절하게 외빈을 맞아 좋은 한국의 인상을 심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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