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공동개최되는 2002 월드컵 대회에서 각국이 경기의 승부 다음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한일관계다. AP 등 주요통신과 일간지ㆍ 잡지ㆍ방송 등 세계 주요언론은 일제히 마련한 월드컵 특집기사에서 월드컵 대회 이후의 양국관계 전망을 집중조명하고 있다.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지(誌)의 칼럼니스트 테리 바두는 이번 대회 ‘10대 관전 포인트’ 가운데 7번째로 “아시아 최초이자 사상 최초인 한일공동개최의 성공여부’를 꼽았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도 서울발로 “FIFA가 오랜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을 ‘강제결혼’시켜 함께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은 기대까지 섞어가며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친선관계를 정립하는 기회를 만들기 바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외신은 양국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불확실하며 월드컵과 관련한 협조관계에서도 도리어 서먹서먹한 사이라고 전하고 있다.
AP통신은 29일 도쿄(東京)발 기사에서 한국일보와 요미우리(讀賣) 신문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월드컵을 통해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50% 정도지만 한일 국민들은 내심 이번 계기를 통해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양국 정치인과 월드컵 대회 관계자들은 이런 정치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을 거의 보여주고 있지 않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최근 ‘하나의 게임, 두 가지 목표’라는 제목으로 주말판 커버스토리에서 이 문제를 크게 다뤘다. 일본 내 한국인의 지문 날인, 종군 위안부,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총리의 신사 참배 등 양국간 갈등요인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의 최근 보도는 다소 신랄하다. 월드컵 지도부가 당초 한일 공동 개최를 생각했을 때는 두 나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역사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그 동안 월드컵 마스코트 작명이나 공동 개최국 표기 문제, 대회 공식구 제작이나 개막식과 폐회식 행사 등에서 두 나라는 계속 갈등을 빚었다고 타임은 전했다.
아사히(朝日) 신문 역시 개막 전야제와 개막식 행사가 공동 개최의 의미를 살려 양국 문화를 조화하기보다는 두 나라 각각의 문화 일색이라고 29일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특히 최근 양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일본은 월드컵을 한일 우호 증진의 계기로 삼기 바라지만 한국민들은 자국을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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