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일본 전역은 흥분보다 긴장감이 팽팽하다.일본 특유의 비장감이라고 해도 좋다. 사실 일본에서 월드컵 열기는 대회가 임박해서도 그렇게 뜨겁지 못하다.
축구에 대한 문화와 전통의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상 최초의 월드컵을 기필코 성공시키겠다는 일본인들의 의지는 비장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회라 더욱 더 성공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특히 10개 개최도시와 준비 및 훈련캠프 유치지역의 지자체와 주민들의 모습은 완벽을 추구하며 목표를 위해 일심 단결하는 일본의 국민성을 잘 보여준다.
일본을 찾은 각국의 선수들은 이 같은 모습에 감동해 적극적으로 교류의 장을 만들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이제는 월드컵이다”라고 강조하며 국기라고 할 수 있는 야구에 대한 관심을 잠시 월드컵으로 돌려줄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일본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치안문제다. 특히 거칠게 응원하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독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열리는 삿포로는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28일에는 650명의 기동대를 다른 지역으로부터 지원받아 모두 7,000명의 병력으로 훌리건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었다.
잉글랜드 등에서 파견된 30명의 훌리건 담당 전문수사관도 이날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경찰은 삿포로에서 체포되는 훌리건을 페리호로 800㎞가량 떨어진 이바라키현의 특별수용소로 이송한 뒤 추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가타현도 4,000명 규모의 경찰병력을 대회 당일 동원하는 등 개최지역 모두가 훌리건 대응책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 세키 요이치(關洋日) 니가타현 경찰본부 경비부장은 “안전과 유연한 경기진행을 키워드로 삼아 현장에서 융통성 있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회 성공을 위한 숨은 일꾼인 자원봉사자들도 마지막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축구의 메카를 꿈꾸는 사이타마현에서는 29일 2,5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역할을 반복해서 점검하고 있었다.
‘May I help you?’라고 쓴 빨간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거리를 돌며 외국인의 안내를 위해 애썼다.
주민들은 또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과의 교류를 위해 종이학과 종이로 접은 기모노를 만들어 증정하는 등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개최 지역들도 자기 고장의 소개와 교류를 테마로 한 활발한 자원봉사활동을 펼쳐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개최 도시들은 또 경기 전 20분간 마련되는 고장 자랑의 시간에 인상적인 이벤트를 연출하기 위해 맹연습중이다.
미야기현은 초등학생 600여명이 추는 ‘센다이 참새춤’, 삿포로시는 100여명씩 팀을 이뤄 춤을 추는 ‘요사코이란’, 요코하마시는 1,000여명이 참여하는 연주 및 댄스 퍼포먼스를 각각 준비했다..
요코하마시의 야스라기오카 노부오(安樂岡信夫)씨는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준비하고 있다. 월드컵을 성공시켜 아시아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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