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난지매립지 남측 둔치에 위치한 외국인 전용 캠핑장. 서울시가 무려 27억여원을 들여 월드컵 외국인 관광객들의 ‘보금자리’로 꾸민 곳이다.수많은 외국인들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이 곳에 들어선 기자는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외국인은 보이지 않고 한국인 관리인과 자원봉사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 170개의 야영용 텐트, 취사ㆍ샤워시설까지 갖춘 7만8,000평의 넓은 잔디밭은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었다.
■ 하루 방문 6~7명이 고작
월드컵 D-1.
그러나 외국 관광객들은 오지 않는다. 이 와중에 외국인 용 시설들이 당국의 잘못된 수요 예측에 홍보 부족까지 겹치면서 텅 텅 비어 있다.
이대로 가다 가는 적지 않은 예산과 정성을 들인 시설들이 외국인들에게 선도 못 보인 채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난지 외국인 캠핑장이 문을 연 이 후 이 곳을 찾은 외국인은 하루 평균 6~7명에 그치고 있다.
캠핑장을 찾은 영국인 피터 알라다이스(30)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값 싸게 묵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이 곳을 알게 됐다”며 “규모와 시설은 좋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용객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서울시 한강사업기획단 관계자도 “값싼 숙소를 찾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캠핑장을 조성했지만 정작 찾는 사람이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템플 스테이도 개점휴업
외국인들에게 사찰 체험을 통해 독특한 전통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한 ‘템플스테이’ 역시 개점휴업 상태다.
29일 현재 전국 33개 사찰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외국인은 237명. 전남 해남군 미왕사, 대흥사는 신청 외국인이 한 명도 없다.
애초 수요를 최대 6만8,000명까지 예상, 화장실 등 사찰 시설 개ㆍ보수에 10억여 원을 쏟아 붓고 200여명의 통역 자원봉사자를 확보했지만 정작 찾는 외국인은 거의 없는 셈이다.
조계종 윤영희(尹玲姬) 사무계장은 “외국인을 끌어들일 매력을 충분히 지녔는 데도 신청률이 저조해 실망이 크다”며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정작 외국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인, 관광안내소, 관광지 간의 업무연계와 정보교류 미비도 원인중 하나.
부산 등에서 2주 동안 머물 계획인 프랑스인 이자벨 마르틴(29ㆍ여)씨는 “공항이나 역 근처 관광안내소에서도 템플스테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원래 불교에 관심이 많아 알았다면 신청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 숙박업소들도 울상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반적으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숙박업계, 상인 등도 울상을 짓고 있다. 월드인 숙박시설로 등록돼 있는 8만4,000실 중 불과 5,000실만이 예약된 상태.
서울 이태원동 A호텔 직원 손모씨는 “평소에도 이맘때면 일본 관광객 덕에 예약률이 100%였는데 올해는 관광객이 더 없다”고 전했다.
정부도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만 커가고 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최근 65만명까지 잡았던 월드컵 관광객 예상치를 54만명으로 대폭 낮추고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월드컵이 열리면 무조건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 올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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