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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종된 월드컵 관광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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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종된 월드컵 관광특수

입력
200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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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특수요? 예약률이 예년보다 오히려 떨어졌어요"(항공사 직원)"일대일 마케팅으로 객실을 채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노 굿이에요"(호텔 영업직원)

월드컵 관광 특수가 실종됐다. 한국 방문의 해'를 1년 연장하면서까지 월드컵의 관광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한 판에 이런 낭패가 다시 없다.

친절 실천 100만인 서명운동,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 해외 홍보, 중국ㆍ일본인 비자 발급 간소화 등 모든 게 헛수고가 될 판이다.

애초 섣부른 월드컵 특수 예상만 믿고 느긋하게 앉아 기다린 탓일까. 아니면 정책 수립과 추진에 뭔가 잘못된 게 있는가.

이런 저런 평가와 반성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월드컵 관광에 지나친 기대를 걸었고, 그런 과잉 기대는 지난 월드컵 대회의 경험들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탓이란 지적이다.

지난 월드컵 개최국의 대회 기간 외래 관광객 통계를 살펴보자.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외래 관광객이 6.3% 늘었다. 1990년 이탈리아는 2.9%, 1998년 프랑스는 4.1% 늘었다.

'월드컵 특수'라고 부르기에는 미미한 증가율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오히려 관광객이 2.2% 줄었다.

열렬한 축구 팬들이 대회 개최국을 직접 찾긴 하지만, 일반 관광객이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를 특별히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증거다.

미국의 사례는 일반 관광객이 번잡한 월드컵을 피하는 경향마저 드러낸다. 월드컵과 관광은 원래부터 궁합이 맞지 않는 짝일 수도 있다.

왜 이런 사리를 몰랐을까. 국가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이를 무작정 관광객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 발상이 잘못이다.

관광에는 한시적 이벤트보다 폭 넓은 관광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재울 곳도 없이 마구 불러들이면, 노숙하라는 얘긴가요?" 어느 여행사 직원의 볼 멘 소리에 우리 관광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연히 요란한 구호와 목표 설정으로 분위기만 띄우고 보는 정부를 이제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조용히 착실하게 관광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그 교훈이나마 새겨두자.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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