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준비 완료, 이제 팡파르만 남았다.전국의 10개 월드컵 개최 도시들이 수년 간에 걸친 준비들을 계획대로 원활하게 마무리짓고 개막일까지 최종 상황점검과 미비점 보완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경기시설 등 하드웨어는 거의 완벽하게 이뤄져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 그러나 교통ㆍ숙박ㆍ환경 등 소프트웨어 측면은 여전히 미흡한 곳이 적지않게 눈에 뜨인다.
월드컵 성공 개최는 우리 손으로
월드컵 D-3일인 28일 꽃동산과 산책로, 꽃탑 등으로 단장돼 있는 광주 서구 풍암동 광주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듯 아름다웠다. 철이른 더위 속에서 막바지 화단 정리를 위해 쉴 새 없이 일손을 놀리는 시민들의 얼굴에서는 구슬땀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다들 표정은 밝았다.
이날 부산에서는 월드컵 경기장과 부산 관문, 각종 관광지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군인, 학생 등 1만여명이 참여한 쓰레기 줍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이들에게서도 통상 일반 동원행사 때와 같은 심드렁하거나 짜증나는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월드컵 관광객들에게 ‘깨끗한 부산’의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데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점검과정에서 가장 자주 거론됐던 연산로터리와 거성로터리를 잇는 ‘아시아드 상징가로’도 급하게 환경정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교통대책이 가장 큰 문제
서울의 경우 경기 당일 상암경기장행 버스 10개 노선 223대를 임시 운행할 계획. 그러나 경기장 주변으로 내부순환도로, 강변북로 등 주요 간선도로들이 복잡하게 밀집 교차하고 있어 상당한 혼잡은 불기피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관람객들이 당일 최대한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차량 정체를 감안, FIFA 임원 및 국내 주요 인사들도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아시아 최대의 축구전용구장인 상암경기장을 표시하는 안내표지판이 태부족한 것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
또 아름다운 공항과 청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전철이 좋은 인상을 주었던 프랑스와 달리 우리 지하철역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광주시는 최근 월드컵 경기장 주변 교통소통을 위해 경기장에서 서구 월산동 제1순환도로를 연결하는 1.5㎞를 신설해 27일 부랴부랴 개통했으나 아직까지 중앙선 표지병 설치는 물론 횡단보도 표시 등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숙박시설은 외국 손님맞이 서툴러
한국소비자연맹대구지부가 최근 대구지역 450여개 월드인 숙박업소 가운데 91개소에 대한 시설 및 이용요금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용료를 외국어로 게시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또 대부분 신용카드 결제는 가능했으나 여행자수표를 취급하는 곳은 전혀 없었으며 지정업소 대부분이 통역전화기 등을 갖추고 있었지만 안내데스크 안에 있어 실제 외국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했다.
부산의 경우 현재 관광호텔 6,800여실, ‘월드 인’ 1만4,900여실이 예약됐지만 예약과정에서 모텔 등 일부 업소가 평소 2만~3만원하던 숙박료를 6만~7만원으로 올려 요구해 관광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통역원이나 안내원도 부족
광주시는 월드컵 대회 기간 중 377명의 통역원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지금껏 확보된 인원은 200여명에 그쳐 통역봉사원 모집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과 코스타리카 등 스페인어 사용국가가 광주에서 경기를 치르게 돼 스페인어 통역원이 최소 30명은 필요한데도 고작 10여명만 지원한 상태여서 비상이 걸렸다.
안내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걱정이다. 서울 상암경기장을 가봤다는 미국인 케빈(34)씨는 “월드컵 중앙공원을 가려고 안내원에게 물었으나 길을 몰랐고 안내 박스에 앉아 있는 의경에게 물었는데 정 반대편 길을 알려줘 한참을 헤맸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월드컵 개막 시간까지는 100%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손님을 잘 맞이하고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치러 내려면 무엇보다 자발적인 시민들의 협조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박상준기자
sjpark@hk.co.kr
김종구기자
sori@hk.co.kr
■멕시코 방송사 축구PD 히메네스·로치 "시설·자원봉사 친절 퍼펙트"
“한국의 월드컵 준비 점수는 80점입니다. 나머지 20점은 선수들과 관중들이 담당해야 할 몫이지요.” ‘축구의 나라’ 멕시코 방송사 ‘텔레비상’의 ‘축구전문 PD’인 루이스 세우라 히메네스(40)씨와 로라 벨라 로치(32)씨는 한국의 월드컵 준비상황에 대해 주저없이 “완벽하다”고 입을 모았다.
2주전에 입국, 전국의 월드컵 경기장을 돌며 준비상황 등을 취재해 온 이들은 “모든 경기장들이 시설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저마다 독특하고 한국적인 멋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이처럼 아름다운 경기장에서 멕시코팀이 경기를 못한다는 것(멕시코 예선은 일본)이 아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특히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5회 연속 월드컵 경기의 중계를 맡은 히메네스씨는 “2년전에 준비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왔을 때는 솔직히 월드컵 때까지 경기장이 완성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그렇게 짧은 기간안에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것은 ‘기적’”이라고 평했다.
이 밖에도 이들이 방송중계 등 실무를 하게 될 IMC(국제 미디어 센터)나 숙박시설 등에도 대체적인 만족감을 표시했다. 로치씨는 “시설도 시설이지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친절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일반 관광객들이 저렴하고 쾌적하게 머물 저가의 숙박시설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로치씨는 “프랑스 월드컵 때 보면 경기장과 주변의 관광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경기가 없을 때는 쉽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는데 한국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준비가 미흡하다”며 ‘경기장-관광지 연계 버스’를 주문했다.
히메네스씨는 ‘축구전문PD’로서 한국팀의 성적을 예측해 달라고 부탁하자 “83년 멕시코 청소년축구대회 때의 인상이 강해 멕시코 국민들은 한국을 강팀으로 생각한다”며 “지난 일요일 벌어진 프랑스와의 인상적인 경기를 봐도 한국은 원하는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육·해·공 입체작전 철통경계
월드컵 안전을 위해 육ㆍ해ㆍ공에서 입체적 대테러 대비 작전이 펼쳐진다. 군 당국은 개막식 이틀전인 29일부터 1개월 동안 테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월드컵 경기장은 물론 인근 해상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서 물샐 틈 없는 경계를 전개할 계획이다.
상암경기장 등 10개 경기장 외곽에는 특전사 707부대를 비롯 해군 UDT와 SEAL 등 대 테러 부대가 유사시 즉각 투입될 수 있도록 대기한다. 또 생화학테러에 대비, ‘생물학정찰차’와 ‘KM9 제독차량’과 함께 최신형 이동식 생화학 탐지장비를 갖춘 미군 1개 소대가 배치된다.
상공에 대한 경계도 철저하다.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장에는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종료 후 1시간까지 비행금지지역이 설정되고, KF-16 전투기 2대가 초계비행을 한다.
경기장 주변에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인 미스트랄이 배치되고, 인근지역의 방공포부대는 천마를 비롯 나이키와 호크미사일로 대공 방어망을 구축한다.
또 패러글라이더와 무선조정 모형 항공기 등 저고도 비행체를 이용한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육군 항공의 UH-60 헬기가 공중에서 감시를 하며, 유사시에는 추적해 저격할 계획이다.
경기장 인근 해역에는 경비함과 고속정, 잠수함을 배치해 해상을 통한 불순분자들의 접근을 사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해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P3C와 링스 등 해상초계기를 투입, 동ㆍ서ㆍ남해를 철저히 감시하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월드컵이 9ㆍ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추가테러가 우려되는 시기에 치러지는 만큼 테러 예방 및 억제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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