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앞둔 최종평가전에서 한국축구 대표팀이 세계 최강 프랑스와 백중세의 경기를 펼친 이후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에 대한 칭찬이 하늘을 찌른다.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불안한 기대는 어느새 당위로 바뀌는 분위기다. 경기 스코어는 차치하고라도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한국팀의 기량은 정말 한국팀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종래 한국축구와는 전혀 달라진 수준 높은 경기모습을 보면서 받은 충격은 할리우드 영화를 능가하는 액션을 선보였던 한국영화 쉬리를 보며 깜짝 놀랐던 느낌과 비슷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 외국인 감독이 1년6개월도 못 되는 짧은 기간에 한국팀을 선진축구로 거듭나게 한 비결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 분석에는 정부, 기업 등 어느 조직에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성공비결이 있다. 예를 들어 개인기보다 전후반 90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강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둔 훈련(펀더멘털 강화)이나, 무조건 뛰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전술에 입각한 경기를 하는 안목을 길러준 것(전략중시)등이 그렇다.
특히 베스트 11을 사전에 정하지 않고 각 경기마다 선발을 달리한 것은 선수 모두에게 선발의 기회를 열어 놓음으로써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한 팀 전력의 향상을 이끌어냈다는 분석(경쟁을 통한 내부역량 극대화)이다.
하지만 역시 성공의 열쇠는 리더십이다.
선수보다 감독으로 더욱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히딩크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했고, 그때그때 경기결과나 주변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전략으로 하나 하나 팀을 개조해갔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필요한 비전과 전략, 목표수행능력, 리더십 등의 성공조건을 그는 고루 갖추고 있었다.
경제학에서는 부유하고 강한 나라가 되는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와 논쟁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과거에는 내부 인적 물적 자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넓고 자원이 풍부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인구를 갖춰야만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이론은 우리나라나 홍콩 싱가포르 같은 작은 나라의 경제발전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ㆍForeign Direct Investment)가 더 중요한 변수로 평가를 받고 있다. 부족한 자본과 기술을 외국인 투자를 통해 자기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라는 외부충격을 겪으며 한국경제는 개방의 문을 활짝 열었다. 물론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개방으로 인한 국부의 낭비와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물리적 개방을 뒤쫓아가지 못하는 심리적 폐쇄성은 여전히 많은 문제와 시행착오를 낳고 있다. 개방은 국가경제를 살찌게 하는 보약이다.
문제는 개방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개방에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이다.
배정근 경제부장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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