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종길 교수의 누명이 29년 만에 벗겨졌다.그 동안 최 교수의 공식사인은 소위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과 관련, 조사를 받던 중 양심의 가책을 느껴 투신자살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7일 “최 교수가 의식불명 또는 숨진 상태에서 7층 아래로 던져져 자살로 위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때늦은 조치지만 정부가 과거 공권력의 잘못을 바로 잡고 최 교수의 명예를 회복한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 사건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불법연행ㆍ고문ㆍ조작사건이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이 사건의 진상조사에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했다. “진상규명위의 조사활동에 100% 협조하고 있다”고 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전비를 스스로 고해했어야 했다.
인권을 최우선적 가치에 두었다는 이 정부에서 조차 정보기관의 과거 죄과까지 묻어두려 해서 될 말인가. “이미 퇴직한 사람은 민간인이라 그들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는 변명은 공허할 뿐이다.
지난해 밝혀진 ‘수지 김 살해사건’에서 보았듯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 ‘조작사건’이 감춰져 있을지 모른다.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환생하기 위해서는 이름만 바꿀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의 죄과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 기회에 공권력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만큼은 공소시효를 없애도록 해야 한다. 사적인 범죄와 공권력에 의한 범죄는 그 성격이 판이하므로 똑같이 공소시효의 적용을 받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소시효 폐지는 구성원들에게 공권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국회는 하루빨리 시민단체들이 입법청원한 ‘반인도범죄 등의 시효에 관한 특례법’을 심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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