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축구’의 본고장 브라질의 월드컵 열기가 의외로 썰렁하다.예년 같으면 노랑 깃발과 월드컵 우승트로피 그림으로 도배됐을 거리는 한산하고, 대표팀이 한국으로 떠나는 출국장에는 고작 100여명의 축구팬만 모였다.
현지 언론들은 스콜라리 감독 등 인기 없는 코칭 스태프와 최고 골잡이 호마리우가 빠진 최종 엔트리, 축구협회 부패 스캔들 등으로 초래된 냉랭한 분위기를 ‘축구팬들의 반란’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연일 원인 분석에 몰두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브라질 축구팬들은 여전히 월드컵 경기 자체에는 관심이 많고 열정적이지만, 이번 대표팀에 대해서는 나쁜 인상과 불만을 갖고 있다”고 축구저술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94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자 올 시즌 절정의 골감각을 보인 호마리우(36ㆍ바스코다가마)를 감독의 개인적 감정 때문에 대표팀에서 탈락시킨 것과 지역 예선 및 평가전에서의 부진 등이 냉담한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과 축구황제 펠레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스콜라리 감독이 끝내 호마리우를 탈락시키자 브라질 언론들은 그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축구팬들은 그의 승용차를 부수는 등 노골적인 야유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 선수 대부분이 해외파로 구성돼 국내에서 인기가 없다는 점도 월드컵 열기를 식게 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의 3분의2이상이 대표팀 유니폼과 모자 등 기념상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절반 가까이는 브라질 이외팀의 경기를 보겠다고 까지 응답했다.
리카르도 테세이라 축구협회장이 2억달러 수수 혐의로 기소되고 프로팀 감독들이 줄줄이 연루되면서 브라질 축구팬들의 분노는 더욱 들끓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에 오는 브라질 팬들도 예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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