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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in World Cup / 英성공회 "예배시간 축구에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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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in World Cup / 英성공회 "예배시간 축구에 양보"

입력
200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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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이 유럽과 남미 국가들에게 뜻하지 않은 고민을 안겨 주고 있다.역대 월드컵과는 달리 이번 월드컵은 10~15시간씩 시차가 벌어지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치러지는 월드컵을 보기 위해서는 잠을 설쳐야 한다. 근무는 물론 오전에 이루어지는 종교 의식에도 영향이 있다.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예기치 않은 논란이 벌어졌다. 6월 2일 저녁 6시 30분 일본 도쿄(東京)에서 잉글랜드의 첫 게임으로 벌어지는 스웨덴과의 일전이 문제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때는 영국 시간으로 일요일 아침 10시 30분으로 아침 예배를 보는 시간이다.

잉글랜드 경기가 열리는 날 직장인의 40%가 결근하겠다는 마당에 영국민들이 아무리 신앙심이 깊다 해도 아침 예배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논란이 거세지자 영국성공회의 수장인 조지 캐리 캔터베리 대주교가 결심을 했다. 대주교는 잉글랜드의 개막 경기와 일요일 예배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예배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28일 발표했다.

성공회가 외부 행사에 맞추기 위해 일요일 예배를 공식적으로 조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의 명문 축구 구단인 아스날의 팬이기도 한 대주교는 “물론 신앙심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4년에 단 한번 오는 이 순간을 위해 교회도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고무된 각 지역 교회의 월드컵 준비가 부산하다. “예수를 만나기 전 내 인생은 결함 투성이었네. 내가 원하는 선을 이룰 수도 없었고 골도 넣지 못했네.”

브래드포드의 세인트루크 교회를 맡고 있는 존 하틀리 목사가 만든 월드컵용 복음 성가다. 이 교회는 일요일 아침 예배 시간을 오후로 늦췄다.

리버풀에 있는 세인트루크 교회의 해리 로스 목사는 교회 부속실에 대형 TV를 설치할 예정이다.

TV 앞에 교회 직원을 세워두었다가 잉글랜드가 골을 넣으면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 설교 중에라도 신도들이 경기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주교가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10시 예배를 고집하는 런던 인근의 세인트스티븐교회 죠프리 커크 목사는 “신도들이 일요일 예배의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도록 방치한다면 성공회는 짐을 싸서 집으로 가는 편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자기 나라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예배에 참석해 열심히 기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신앙 태도라고 논평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는 한 펍(선술집) 주인은 출근길 축구팬들의 편의를 위해 잉글랜드 경기가 열리는 아침 시간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법정 투쟁을 벌여 승소했다.

월드컵 기간 한국과 시차가 12시간 이상 벌어지는 아메리카 대륙의 새벽 풍속도 역시 크게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 타임스가 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 일원의 유럽ㆍ남미계 식당과 술집 들은 월드컵 대회 기간 대부분 새벽 영업을 계획 중이다.

맨해튼에 있는 아일랜드 술집인 ‘이어 인’은 6월 1일 아일랜드와 카메룬의 경기를 새벽 2시 30분에 손님이 볼 수 있도록 연장 영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브라질 기업들에게 새벽 경기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생중계를 보기 위해 밤을 샐 것이 분명한데 지각 결근 사태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근무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브라질 기업들을 아침밥을 제공하고 경품을 내거는가 하면 아예 회사에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침대와 소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의 포지션은 TV응원단장이다.

그는 월드컵 본선 기간 위성방송 디렉TV의 광고 형식 프로그램에 나와 잠이 덜 깬 아르헨티나 축구팬을 깨우기 위해 북을 두들기고 응원가를 부를 계획이라고 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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