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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 편협성, 90년대 읽기 왜곡"…평론가 이광호·황종연씨 비판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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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 편협성, 90년대 읽기 왜곡"…평론가 이광호·황종연씨 비판 잇달아

입력
200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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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 진영의 ‘1990년대 문학을 보는 틀’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이 제기됐다.평론가 이광호(39) 서울예대 교수와 황종연(42) 동국대 교수는 문예지 여름호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최원식, 임규찬, 윤지관씨 등 민족문학 진영의 90년대 문학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80년대 문학에 대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전개했던 민족문학 진영의 평론가들이 90년대 이후 변화한 창작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 없이 작품 위에 군림하는 도식을 만들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이광호씨는 새로 창간된 계간 ‘문학생산’ 여름호에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의 발견- 90년대 문학논쟁을 넘어서’라는 글을 실었다.

이씨는 2000년대 문학은 90년대 문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먼저 “회통의 상상력을 통해 민족문학적 시야를 넓혀간” 최원식씨의 평론집 ‘문학의 귀환’을 주목한다.

90년대에는 치열한 미학 대신 포즈만 횡행했다는 최씨의 지적에 대해, 이씨는 “부정적인 규정을 뒷받침할 만한 분석적인 실제 비평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실제분석을 동반하지 않은 이런 식의 부정적 이름 붙이기는 90년대 문학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다.”

최씨가 소설가 성석제씨의 작품을 분석한 것에 대해서도 “미학적 다원성이라는 핵심적 성취를 그것의 한계로 지명하는 논법은 그가 90년대 문학에 대한 닫힌 독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지관씨에 대한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윤지관의 90년대 읽기는 최원식의 보편주의와 재래성에서 더 나아가 그 개념들에 정치 이데올로기적 색채 이미지를 입힌다.”

이씨는 윤씨의 평론집 ‘놋쇠하늘 아래서’에 실린 글 ‘90년대 정신분석’이 “민족문학을 공격하는 비평담론에 대한 재공격을 통해 피해자의 ‘담화적 치유’의 욕망을 보여줄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씨는 문학작품은 관념 아래 가두기보다는 그 현재적 의미를 따져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지관을 포함한 민족문학 진영에서 아무런 검증 없이 사용되는 ‘진보=민족문학=리얼리즘’이라는 도식은 엄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고적인 척도에 의탁하고 있다.”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실린 황종연씨의 글 ‘모더니즘에 대한 오해에 맞서서’는 민족문학의 리얼리즘론에 대한 원론적 비판이다.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개념을 축으로 삼아 논의를 개진하는 이 글은 그간 임규찬, 윤지관씨 등이 문예지를 통해 황씨의 비평을 비판한 데 대한 반론의 형식을 띠고 있다.

황씨는 먼저 “선언의 차원에서는 매번 갱신을 다짐하고 있지만 사고의 차원에서는 줄곧 보수에 머물고 있는 한국 리얼리즘론의 답답한 실정”을 지적한다.

장정일, 신경숙 등 90년대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다루면서 스타일이나 기법보다 사회적인 의식이 더욱 ‘근원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은 동의하기 어려운 리얼리즘론의 편견이라는 것이다.

황씨는 윤지관씨에 대해서도 “모더니즘이 궁극적으로 리얼리즘과 동일하다는 윤지관의 발언은 ‘당파성’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반격한다.

황종연씨는 80년대 민족문학을 주창한 백낙청씨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작품의 층위에서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경계 넘기가 가능함을 시사했지만, 그 경계 넘기는 결국 모더니즘의 업적을 리얼리즘의 이념으로 흡수해 리얼리즘의 판도를 넓히는 일종의 제국주의적 팽창”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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