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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풍이용 선거운동

입력
200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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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코리아… 파이팅 ○○○.”6ㆍ13지방선거가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28일. 서울 도심을 누빈 모 후보의 개인유세차량에서는 월드컵 응원가를 개사한 로고송이 종일 스피커를 타고 울렸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후보의 유세차량 앞에서는 붉은 옷 차림 선거운동원들이 붉은 악마 응원단의 응원동작을 본따 후보이름을 연호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방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월드컵 열기를 접목시켜 선거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후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 열풍을 후보 지지로 연결시키는 것이 곧 ‘필승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선거 홍보물도 ‘월드컵’

각 후보진영의 선거 홍보물은 월드컵 일색이다. ‘통쾌한 역전골 ○○○’ ‘○○○로 선수교체’ ‘한국 16강 가능합니다.

경제 살릴수 있습니다’ 등. 공식 포스터도 양복이 아닌 붉은 악마 복장을 입은 채 촬영한 후보들이 상당수다.

수도권의 한 광역 후보는 비난속에서도 묵묵히 대표팀을 이끌어 온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오버랩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구호를 ‘한국 경제의 히딩크, ○○○’로 정했다.

충청지역 모 광역후보는 아예 ‘축구대학 설립’을 공약에 넣어 축구팬 잡기에 나섰다.

27일 열린 강원도 지사 후보 TV토론회에서는 후보간에 “번번히 헛발질이나 하고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 등의 공방이 오가 축구중계를 방불케했다.

■한국 경기일에 ‘절정’

후보들의 ‘월드컵 끌어들이기’는 내달 4일, 10일 한국 대표팀의 경기일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경기 개최 도시의 시장 구청장 후보들은 이날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 유세와 이벤트 준비에 벌써부터 분주하다.

경기가 열리지 않는 다른 지역 후보들도 도심 전광판 응원단에 동참, 자신의 축구사랑 이미지를 널리 각인시킬 계획이다.

광화문 사거리 전광판 중계 관람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후보 등의 이미지 심기 1차전을 겨뤘던 서울시장 후보들도 내달 4일 운동원등을 대동한 출정계획을 세웠다.

대전지역 모 구청장 후보는 홍보물에 월드컵 경기 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안내서를 담아 유권자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월드컵 망치는 것 아니냐.”

그러나 월드컵 끌어들이기 경쟁에 대해 벌써부터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전지역 구청장 후보들의 경우 투표 전날 밤인 6월12일 대전 경기(남아공-스페인)를 겨냥, 차량 통행이 몰리는 요충지를 선점하기 위해 벌써 물밑 경쟁을 벌여 눈총을 받고 있다.

부산지역 모 후보는 선거운동원을 동원, 한국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외곽 질서계도 활동을 벌일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후보들이 경기장 외곽에서 유세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지나치게 월드컵을 이용하려는 데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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