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유리 조르카에프) “한국이 이렇게 수준 높은 팀이 될 줄은 몰랐다.”(마르셀 드사이)26일 한국과의 평가전(2_3)이 끝난 뒤 프랑스 선수들은 한국의 플레이에 대해 한결같이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해 한국에 5_0 대승을 거뒀던 때와는 표정부터 달랐다. 프랑스의 주장인 수비수 드사이는 “지난해보다 한국의 수비와 체력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며 “월드컵을 앞두고 최상의 평가전을 가졌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왼쪽 윙백 리자라쥐는 “이날 경기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이다. 한국은 공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하고 월드컵을 200% 이상 준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프랑스리그 득점왕 출신인 신예 지브릴 시세는 “한국은 무난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영표의 플레이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찬사는 외신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전 선전으로 한국팀과 한국축구팬들은 모두 16강 진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는 칭찬 일색이었다.
21일 잉글랜드전이 끝났을 때도 비교적 냉철한 입장이었던 프랑스 선수들과 외신기자들이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잉글랜드는 경기 시점이 48시간이 좀 지났을 때였다.
말하자면 본격적인 훈련시간이 이틀에 불과한 데다 아직 시차적응도 안된 상황서 경기를 치른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달랐다.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드사이, 리자라쉬, 튀랑, 르뵈프 등 세계 최강의 4백라인이 모두 출전했다.
또 앙리, 조르카에프, 트레제게 등 공격진은 물론 비에라와 프티 등 수비형 미드필드진까지 말 그대로 ‘베스트 11’이 나섰다.
게다가 프랑스는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시차적응 훈련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지난 해 입국 후 48시간만에 가진 한국과의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 때에 비하면 멤버나 컨디션으로 볼 때 훨씬 좋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한국대표팀의 플레이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국의 공격은 잉글랜드전 때만해도 미드필드에서 최전방까지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프랑스전에서 그 정확성은 아주 높아졌다.
몸싸움이 더욱 강해진 선수들이 상대의 공격을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면서 패스를 차단하고 공을 갖지 않았을 때 공간을 찾아가는 전술적 움직임이 크게 향상됐다. 한국의 패스가 끊김이 없어졌고 빨라진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D조 첫 상대인 폴란드의 전력이 크게 강하지 않다는 점도 16강 진출을 낙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희태 명지대 감독은 “폴란드는 미드필드진의 수비 커버플레이가 늦어 한국의 빠른 공격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전력 향상도로 볼 때 폴란드는 물론 미국도 크게 위협적인 상대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승근·이준택기자
■한국 16강 가는길 과제는
“세트플레이 수비력 보완과 컨디션 유지에 힘써라.”
26일 프랑스전을 끝으로 평가전을 모두 마친 한국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첫 승과 16강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 남은 기간 마무리 해야 할 핵심과제는 상대의 세트플레이 방어능력과 컨디션 조절로 압축된다.
축구전문가들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A매치를 통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대표팀의 선전을 높이 평가하고 “남은 1주일 동안 상대팀의 코너킥, 프리킥에 의한 실점률을 낮추고 현재의 상승세만 유지한다면 폴란드와의 본선 첫 경기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최근 기대 이상의 경기를 펼치고 있지만 상대 프리킥에 의한 실점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김주성 MBC 해설위원도 “한국대표팀이 스코어에 따라 경기운영의 차이가 많은 만큼 본선서는 득점보다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세트플레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강조했다.
전문키커들의 능력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인 만큼 한국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절정의 컨디션을 본선까지 유지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오리듬의 사이클을 고려할 때 최근 경기리듬이 너무 좋은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올 만큼 폴란드와의 경기 당일 최고조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남은 기간에 강도 높은 훈련보다는 부상 등 전력누수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선3개국에 대한 치밀한 전력탐색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 허정무 KBS 해설위원은 “코칭스태프는 물론 개개인의 선수까지 3개국 선수들의 습관 등 세밀한 특징을 철저히 분석, 숙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수비들의 짜임새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종덕 SBS 해설위원은 “프랑스전서 90분 동안 공수의 균형을 유지했는데도 3골을 허용했다”며 “수비들의 역할분담과 지역방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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