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南天) 송수남(宋秀南ㆍ64) 화백은 그가 그린 수묵화(水墨畵)와 너무도 닮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담백한 먹의 맛이 물씬 풍긴다. 종이에 스민 물과 먹만으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전통 수묵화만큼 절제의 미학이 밴 그림도 없다.
하지만 흑과 백, 그 단순한 색의 짙고 옅음만으로도 수묵화는 보는 이의 심상에 수천, 수만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단순소박함 속에 내재한 열정 때문이다.
송 화백이 수묵화 신작으로 6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6월 4~25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02-732-3558)에서 열리는 그의 23회 개인전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년 이상 계속해온 그의 수묵화 운동의 정신을 집약해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번에 보는 그의 그림에는 산수의 실경도, 사람의 자취도 없다.
한 일(一)자가 눕거나 혹은 세워진 단순한 형태의 반복으로 화면은 일관한다. 커다란 화폭이 수직 수평의 선획의 조합, 먹의 농담과 명암만으로 채워져있다.
왜 한 일자인가. 송 화백은 “하도 세상이 어지러우니 좀 곧고 바르게 살자”는 뜻이라고 특유의 말투로 말했다.
수묵처럼 그는 과묵한 타입이다.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에 황소처럼 우직한 인상, 어쩌다 생각나면 툭 던지듯이 어눌하게 말하고 너털웃음을 웃을 뿐이다.
“순수로 돌아가자는 뜻”이라고 그는 자신의 그림을 한 마디로 설명했다.
60년대의 추상적 화풍에서 70년대의 ‘발색 산수’를 거쳐 80년대의 ‘수묵화 운동’과 90년대의 ‘놀림’ 화법까지, 한국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힘써 온 송 화백의 작품세계의 한 귀결을 볼 수 있다.
언뜻 그의 이번 그림은 백제 무령왕릉의 전돌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고대 토기에 나타났던 빗살 무늬의 느낌도 준다. 적묵(積墨)은 태고적부터 낀 돌 위에 낀 이끼의 자취 같기도 하다.
평론가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많은 한국화가들이 심정적인 내면에 수묵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그 단조로움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수묵이 이상한 매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이유는 그것이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정신세계, 예술이 종내는 모든 물질을 탈각한 정신에의 환원이라는 의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송 화백의 형이상학적 수묵화는 그 정신, 한국적 미감에의 회귀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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