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의 총체극 ‘우루왕’이 26, 27일 예루살렘극장 내 셰로버극장에서 이스라엘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공연돼 전석(900여 석) 매진의 성황을 이룬 가운데 갈채를 받았다.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과 우리나라의 바리데기 설화를 접목한 것으로, 우리 가락과 춤, 풍물, 판소리 등 전통적 요소가 들어간 총체극이다. 국립극장 산하 국립극단ㆍ무용단ㆍ창극단ㆍ국악관현악단이 참가하고 있다.
첫날인 26일 공연을 본 이번 축제의 조직위원장 루스 커밍스 소렌스는 “한국 전통설화를 손상시키지 않고 서양의 연극적 테크닉과 결합시킨 능력에 놀랐다”며 “특히 자기를 버린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바리공주가 절규하는 장면과 구약성서 속 야곱과 에서의 대립을 연상시키는 을지와 솔지 장군의 대결구도, 평화에 대한 희망을 담은 피날레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40년 전통의 이스라엘 페스티벌은 연극ㆍ무용ㆍ음악을 아우르는 축제로, 그동안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연극 연출가 로버트 윌슨,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등 유명 단체와 예술가들이 거쳐갔다.
올해는 14개국 40여 편의 작품으로 6월 13일까지 열리는데, 몇몇 초청작은 최근 이스라엘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테러의 위험에 참가를 취소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마탄 빌나이 이스라엘 과학문화체육부 장관은 ‘우루왕’이 와 준 데 감사를 표시했다.
‘우루왕’이 초청된 것은 작품 주제가 올해 축제의 주제인 ‘인권’과 부합되기 때문이다.
오피라 헤니그 예술감독은 “몇 달 전 비디오로 우루왕을 처음 봤을 때 감동과 흥분을 느꼈다”며 “서양 위주인 이스라엘에 동양문화와 새로운 생각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이 작품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우루왕에 왕기석, 바리공주에 박애리, 고흘승지에 장민호, 솔지장군에 최원석 등이 출연했다.
‘우루왕’은 앞서 3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이베로 아메리카 연극축제에도 개막작으로 초청돼 호평을 받았으며, 6월 일본 오사카(大阪)의 국제교류센터에서 한일 월드컵 기념 초청공연도 가질 예정이다.
예루살렘=조영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