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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씨 불어자막 감수 '취화선 쾌거'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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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씨 불어자막 감수 '취화선 쾌거'한 몫

입력
200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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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영어제목:Chihwaseon)의 칸 쾌거를 이뤄내는 데는 외국어 자막이 한 몫을 했다.거기에는 임권택 감독과 오래 교유해온 철학자 김용옥씨가 크게 기여를 했다.'취화선'은 한국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한국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는 영화. 때문에 영화제에 출품할 번역작업이 상당한 고민거리였다고 한다.

김용옥 교수의 감수로 불어 자막을 만들어 출품했고, 영화제 주최측이 제2자막인 영어 자막으로 번역한 것을 다시 태흥영화사 관계자가 검산하는 방식을 취했다.

심오한 동양사상과 한국화의 철학을 어떻게 외국 관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가가 관건이었다.

때문에 영화에서 김병문(안성기)이 어린 장승업의 재주를 일컬어 “신기가 있다”고 표현할 때는 그저 재능이란 뜻의 Talent, 절정기에 이른 그의 그림을 일컬어서는 신의 기운이란 뜻의 Divine Spirit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은물사형(隱物似形·모사하지 않고서도 형태를 나타낸다)은 'LIkeness',기명절지(器皿折枝·제기 등 그릇이나 꺾은 꽃을 그리는 한국화의 한 분야)는 'Still Life'가 됐다.

기(氣)는 Qi로, 기생은 Kisaeng으로 표기한 것은 이례적인 대목.

선(禪)이 젠이라는 국제용어로 사용되므로 기 역시 중국어 발음 그대로 통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생은 굳이 번역하면 게이샤가 되지만, 이 경우 일본 기생과 혼동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번역이란 아무리 완벽해도 원문과 차이가 난다. 때문에 번역이란 차선을 택하는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취화선'의 번역과정은 제3세계 영화가 넘어야 할 언어의 벽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계기인 동시에 세계화를 준비하는 한국 영화가 벤치마킹할 만한 하나의 모델이 됐다.

칸=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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