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인수를 추진해온 한화그룹이 정부의 매각가격 산정 기준일 변경 방침에 대해 인수를 포기하겠다며 강력 반발, 대생 매각이 결렬위기를 맞고 있다.한화는 27일 기자회견에서 “기준일 변경과 인수자격 문제제기는 국제경쟁입찰 관례를 벗어난 것으로 한화는 이에 응하지 않겠다”며 “이는 외국기업들이 참여한 한화오릭스컨소시엄의 공식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화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정부가 매각가격 산정기준일을 2001년3월에서 9월로 바꾼 데 이어 최근 다시 2002년 3월말로 변경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한화의 인수자격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한화그룹 박종섭 부회장은 “매각가격 산정시점을 두 차례나 변경 요구하는 것은 국제입찰 관례에 벗어난다”며 “국내기업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박했다.
박 부회장은 “애초 입찰ㆍ협상과정에서 거론되지 않은 인수자격을 뒤늦게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는 다만 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가 합리적 근거를 이유로 매각가격에 대한 재협상을 요청하면 6월까지 조건부로 응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자위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면 협상은 결렬될 수 밖에 없다”며 “공자위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추진돼온 대생 매각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이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결렬된다고 해도 급할 것은 없다”며 “경영상태가 좋은 만큼 당분간 지금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생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상장을 거쳐 시장을 통한 지분 매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공적자금 회수 측면에서만 본다면 상장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대생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뒤 실사를 거쳐 올 3월 예금보험공사와 조건부 가격합의를 마치고 공자위의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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