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한 막강 미드필드진을 갖게 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뤄낸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며, 한국이 강팀으로 평가 받게 된 원인이다. 한국의 미드필드진은 유상철(31ㆍ가시와) 김남일(25ㆍ전남) 박지성(21ㆍ교토)이 주축이다.
이들은 탄탄하고 촘촘한 플레이로 한국축구의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어낸 주역들이다. 한국의 본선 첫 상대국 폴란드의 클레인딘스트 코치까지 “김남일 박지성이 중심이 된 한국의 미드필드는 대단히 위협적”이라고 밝힐 정도다.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처럼 전형적인 수비형 축구를 하는 나라가 아니어도 현대축구에서는 수비가 약하면 세계 정상권에 진입하기 어렵다. 수비가 튼튼한 나라가 축구강국이라는 뜻이다.
특히 견고한 최종 수비라인에 앞서 일선에서 상대의 공격루트를 1차적으로 저지하는 미드필더의 책임은 팀 전체의 수비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 중 수비형 미드필더는 가운데에서 사이드 풀백을 커버링하고 상대 중앙공격수가 볼을 잡았을 때는 수비수와 협동수비를 펼치는 자리이다.
26일 프랑스전에서 한국은 김남일을 축으로 유상철과 박지성이 지원하는 2, 3중의 그물 수비로 프랑스를 압박했다. 공격과 수비의 사이에서 간격과 밸런스를 유지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한국이 촘촘한 간격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맞서자 프랑스 선수들은 스피드를 살리지 못했고 공격도 3~4번 연속으로 쉽게 이어가지 못했다. 프랑스가 백 패스와 드리블이 많았던 점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의 미드필더 중에서도 특히 김남일의 역할과 책임은 두드러진다. 유상철과 박지성이 수비에 치중하되 공격에도 가담하는 공수 양용이라면 김남일은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포지션) 역할을 강조하는 히딩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기초조건으로 몸싸움과 강한 체력, 근성 등을 내세운다.
히딩크 감독은 평소 “한국에도 네덜란드의 수비형 미드필더 에드가 다비즈 같은 싸움닭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는데 김남일이 바로 다비즈를 연상시키는 선수이다. 히딩크 감독은 김남일에 대해 “대표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만 해도 순진하고 예의 바른 선수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거친 몸싸움을 불사하지 않는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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