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 아이삭, 딸기 등 고급 토털패션 브랜드를 선보여 온 ㈜쌈지의 천호균 사장은 “우리의 경쟁 대상은 구찌”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단독 매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명품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쌈지는 올초 ‘시옷(SSIOT)’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시옷’은 기존 쌈지 브랜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블랙 라벨 브랜드. 쌈지는 지난해말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마틴싯봉의 지분 66%를 인수해 명품 개발 및 마케팅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코리아 명품(名品)’을 지향하는 토종 브랜드의 기세가 무섭다. 이들의 잠재적 경쟁 상대는 아르마니, 프라다, 버버리, 샤넬, 오메가 등 해외 명품 브랜드.
‘메이드 인 코리아 = 중저가 브랜드’라는 등식을 거부하고 국내외 명품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태평양은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상반기중 출시한다.
국내에서 설화수, 헤라 등 고급 브랜드로 품질을 인정받고, 프랑스 여성 향수 시장에서 롤리타렘피카 브랜드(시장점유율 2.4%)로 샤넬(3.6%)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데 힘입어 명품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던진 것.
아모레퍼시픽은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전세계 고객을 타깃으로 고가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로만손은 이미 해외에서도 ‘고급 시계’로 자리를 잡았다. 동유럽, 중동 등은 물론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도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경쟁을 벌인다.
대표 브랜드인 로만손의 가격대가 5만~1,000만원까지 다양한 대량생산 품목이라면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에서 현지 조립해 판매하는 ‘엘베’, 보석시계 브랜드 ‘매리골드’는 최저 100만원대 제품만을 선보이며 철저히 고가 시장만을 겨냥한다.
여성 의류 시장에도 블랙라벨, 한 발 더 나아가 블루라벨로 업그레이드된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데코는 기존 여성 의류 브랜드 데코에 좀 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블랙라벨 ‘데코 갤러리’를 2월 선보이며 일본 등 아시아권 공략에 나섰고, ㈜바바패션도 아이잗바바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켜 명품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아이잗콜렉션’을 최근 내놓았다. 여성 정장의 경우 100만원을 넘나든다.
그러나 ‘코리아 명품’ 탄생의 전도는 가시밭 길이다. 희소성, 차별성, 일관성 등의 조건이 구비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명품으로 대접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연구위원은 “최고급 브랜드 탄생 이면에는 국가의 예술적 배경이 깔려있다”며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적, 사회적 특성을 브랜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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