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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정일성·이태원 '원로 삼총사' 20년 우정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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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정일성·이태원 '원로 삼총사' 20년 우정 결실

입력
200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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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수상은 임권택, 정일성, 이태원 등 ‘충무로 삼총사’의 20년 우정의 결실이었다.수상 후 만난 임권택감독이 “머리가 허여니 여배우들이 영화를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니 신문 기사에서 나이라도 좀 빼달라”고 기자들에게 말하자 이태원 사장이 “그러니깐 나처럼 염색이라도 하지. 뭐야 이 머리가 허얘서”라며 놀린다.

촬영감독의 행방을 묻자 이대표가 “정노인은 몸이 안 좋아 오늘 참석하지 못했다”며 눈을 찡긋한 채 얼버무린다.

“없으니깐!” 세 사람은 열몇살 먹은 중학 동급생 같다.

‘취화선’의 감독 임권택(66) 촬영감독 정일성(73), 태흥영화사 이태원대표(64)는 83년 ‘비구니’로 만나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했다

. 건설회사를 접고 극장업, 영화제작업으로 전업한 이 대표는 ‘만다라’(81년)로 호평을 받은 정일성ㆍ임권택 커플을 만났다.

나이가 비슷하고, 대중 영화에 대한 해석이 비슷한 세 사람. 곧 의기투합해 충무로를 흔들었다.

처음에는 사회비판이 강한 ‘노을’(84) ‘도바리’(87) 같은 영화가 당국의 압력을 받게 되면서 흥행에서도 평단에서도 좋은 소식을 별로 듣지 못했다.

임감독은 “그 때는 너무 힘들어 모든 걸 접고 싶었지만 세 사람이 서로를 위로하며 어려운 시절을 버텼다”고 회상했다.

실의에 빠졌던 이들은 와신상담, ‘장군의 아들’ 시리즈(90~92)로 대박 뉴스를, ‘서편제’(93년), ‘태백산맥’(94)으로 비평적, 상업적 성과를 모두 거머쥐었다.

2000년 ‘춘향뎐’이 칸에 진출했을 때 엉엉 울던 세 사람. 임권택감독이 상을 받을 때, 두 사람은 조용히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축제’ ‘노는 계집 창’은 세 사람에게는 뼈아픈 실패작. 그러나 “이거 하나(칸 수상) 받겠다, 받아보겠다는 일념으로 30편에 가까운 영화를 함께 해왔다”는 게 이대표의 설명이다.

본선 진출이 확정됐을 때 “늙은이들을 두 번씩이나 불러놓고 빈손으로 보내기야 하겠느냐”는 농담을 던졌던 임담좋은 이태원사장.

직장암 수술을 받고 배설물 주머니를 늘 차고 다니지만 자신의 영상처럼 늘 화려한 원색을 즐겨입는 정일성 촬영감독.

아직도 늘 “뭣이냐”식의 전라도 사투리를 놓지 못하는 촌사람 임권택 감독. 아이처럼 흉보고 토라지고, 금새 풀어지는 이들은 오랫동안 함께 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진정한 ‘도반’이다.

칸=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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