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으로 홍역을 겪은 경기 안성과 용인 일대. 구제역 공포가 가시지 않은 이곳은 아직도 코를 찌르는 악취, 땅에서 솟아나오는 (돼지)핏물과의 전쟁이 한창이다.땅에 묻힌 돼지들이 뿜어내는 핏물과 가스를 막기 위해 추가로 흙 덮기 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매몰 작업이 또 하나의 환경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솟아오르는 핏물ㆍ가스
아직도 통제선 밖 외부 출입이 금지된 용인ㆍ안산 일대 축산 농가 주민들은 시름이 깊다. 자식 같은 돼지 수백마리를 몰아 산채로 농장에 묻었고, 언제 다시 양돈을 시작하게 될 지 알 수도 없다.
안성 죽전면의 한 주민은 “마을 사람들이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며 “좀 더 깊이 파서 핏물이 밖으로 안 나오게 했으면 좋겠지만 인력이나 장비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니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용인 지역에서는 최근 매몰 지역에서 내부에 있는 가스가 끓어 오르면서 구덩이가 갈라지는 현상까지 벌어져 방역당국이 긴급 복구에 나서기도 했다. 또 핏물 등이 지하수와 인근 농지를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논란 많은 가축 처리 방법
이번 구제역으로 매몰된 돼지는 약 12만 두로 2000년 발생했던 구제역 때 매몰된 1,700여 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때문에 정교한 매몰대책과 후속작업이 절실하지만 매몰 방식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포크레인의 작업한계 때문에 10~12㎙ 이상 깊게 팔 수가 없고, 그나마 포크레인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 구덩이 바닥에 비닐을 깔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돼지가 살아있는 채로 묻힌 후 몸부림 치면서 비닐이 모두 찢어져 핏물 등이 아래로 흘러들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기 때문.
용인 백암농협 전병옥(全炳玉) 상무는 “외국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가축과 축사를 소각해 완전 살균하고, 타다 남은 것도 소각장에 모아 태운다”며 “국내는 소각장 설립이 미비하고, 한꺼번에 수 만 마리의 가축을 묻은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매몰지역의 땅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스가 표면으로 배출되도록 가스관을 설치하고 있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인 실정이다.
가스관이 돼지의 핏물 등으로 막히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져 심한 악취와 토양 오염을 부르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의 인력과 장비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구제역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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