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감독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55년 `무관(無冠)의 한'을 풀었다.임권택 감독의 칸 감독상 수상은 우리 영화사에 뚜렷한 이정표가 되어, 한국 영화가 나아갈 하나의 큰 방향을 손짓하게 될 것이다. 임 감독이 평생 해온 작업은 상업적 영화와 한국적 미학을 추구하는 영화로 비교적 선명하게 구분된다.
임 감독이 상업성을 떨치고 사라져가는 한국의 전통을 재해석하고 개성 있는 영상미학으로 포착, 재현할 때마다 국제영화제는 그 작품을 주목했다.
그 영화는 ‘씨받이’ ‘아다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서편제’ ’춘향뎐’등과 이번의 ‘취화선’이다. 그의 국제영화제 경력은 국내에서 가장 화려하다.
‘취화선’의 장점도 빼어난 토속적 영상미에 있다. 하늘을 뒤덮은 되새떼와 넘실거리는 억새밭, 눈 내리는 개펄 등의 원초적 아름다움이 천재화가의 삶 뒤로 펼쳐지면서 감동을 자아낸다.
근년 들어 우리 영화는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주었다. 작품성과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해외에서는 ‘한류’의 한 기둥으로 받쳐주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임 감독이 해온 것 같이, 우리 영화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전통 미학의 추구이다. 교육의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불우하게 성장한 임 감독은 인간적인 면에서도 표상이 될 만하다.
이번 수상은 ‘취화선’의 영광이자 그의 영화 생애에 대한 보상으로 보인다. 여기서 그의 걸음이 멈추게 해선 안 된다. 젊은 영화인들은 임 감독과 함께 한국적 미학을 가일층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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