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을 잘 안하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들이 한국에서 날아온 뮤지컬에 흥분했다.신시뮤지컬컴퍼니의 ‘갬블러’ 일본 순회공연 첫날인 23일 저녁 요코하마(橫浜) 현민회관의 객석(2,510석)은 뜨거웠다.
빈 자리가 거의 없이 들어찬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박수를 치고 환성을 질렀다. 배우들은 여러 차례 커튼콜을 해야했다.
신시의 ‘갬블러’는 일본 공연기획사 민온(民音) 초청으로 6월 23일까지 일본 전역의 13개 도시에서 26회 공연한다. 이미 70% 이상 표가 팔렸고 6월 5일 도쿄(東京) 공연은 매진됐다.
국산 뮤지컬의 해외원정은 더러 있었지만, 한 달 이상 장기 순회공연은 처음이다. 민온은 이번 공연에 제작비 항공료 체재비 등 2억 5,000만 엔(약 25억원)을 투자했다.
영국 작곡가 에릭 울프슨 원작의 ‘갬블러’는 카지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탐욕과 파멸의 드라마.
신시가 1999년 한국초연한 작품인데 이번에는 무대 의상 연출을 모두 바꿨다. 공연은 한국어로 이뤄졌으며 일본인 관객을 위해 무대 좌우에서 자막 처리를 했다.
이날 공연을 본 일본의 월간 ‘뮤지컬’ 편집장 마사히사 세가와(瀨川昌久ㆍ78)는 “배우들의 가창력에 놀랐다. 연출(임영웅)과 무대장치, 의상도 좋다”고 호평했다.
다만 주인공 청년 역 남경주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조용한 청년이 도박에 미쳐 변해가는 과정을 좀 더 분명히 표현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시와 동행한 원작자 에릭 울프슨은 “100% 만족”을 표시했다.
‘갬블러’ 일본 공연에는 주인공 청년에 남경주 이건명, 카지노 주인에 허준호 성기윤, 청년의 애인인 쇼걸에 최정원, 여장 남자 쇼걸 ‘지지’에 주원성, 백작부인에 김선경 김영주가 출연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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