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커의 강한 슛이 골키퍼의 손을 찢었다. 1960년대 후반의 일이다. 당시 골키퍼는 맨 손이었다. ‘볼을 낚아채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글러브 착용을 거부했던 ‘맨손파’들은 손바닥에 콜라 등 끈적끈적한 액체를 발라가며 볼을 막아냈다.그러나 70년대들어 볼과 축구화가 개선돼 슛의 강도가 점점 세지자 탁구 라켓용 가죽을 이용해 만든 글러브 착용이 일반화했다.
70년대 후반에는 글러브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게하는 라텍스(천연고무 수액)를 바르는 게 정착됐다. 시속 100㎞가 넘는 볼을 쳐내거나 잡아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글러브의 점액성을 높이기 위해 표면에 접착성이 강한 풀을 붙이고도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글러브가 인기이다. 여기에는 최첨단 ‘입체 성형’ 기술도 가미됐다.
월드컵 개막을 앞둔 요즘 골키퍼들은 물에 젖더라도 접착성을 유지하는 글러브를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다. 장마가 예년에 비해 일찍 온다는 기상예보때문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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