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마니아 김태원(30ㆍ회사원)씨는 요즘 TV 수상기 앞에서 살고(?) 있다.귀가만 하면 TV 앞에 앉아 각종 스포츠 뉴스를 섭렵하며 본선 진출 월드컵 축구팀들의 전력을 분석 중이다.
축구 최강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평가전이 펼쳐진 날에는 본 방송은 물론 새벽 재방송까지 시청하며 흥분했다.
잠만 설치는 게 아니다. TV를 시청하는 그의 손엔 늘 맥주 캔과 감자 칩이 들려있다. 월드컵이 개막하기도 전에 불어난 체중,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월드컵을 앞두고 김씨처럼 수면 리듬이 깨진 사람이 적지 않다. 하루 최소한 7시간 정도 수면을 취해야 하는데 하루 2~3시간씩 잠이 줄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이 부족하게 되면 우선 집중력이 떨어지고 두뇌활동이 둔화된다. 뇌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하는데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 대사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고력ㆍ기억력ㆍ분석력 등이 저하되고 아이디어 개발이나 비평 등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하기가 힘들어진다. 또 수면 부족은 포도당 처리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밤늦게까지 TV를 시청한 후 좀처럼 잠을 이루기 어려우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샤워를 하면 적당한 피로감이 생기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감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늦게까지 TV를 시청한 경우에는 낮에 1~2시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이 피로 누적을 막는 방법이다.
TV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간식을 찾게 되고 한두 잔 마신 술이 다음 날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게다가 TV는 대부분 앉아서 시청하게 되므로 과식에 소화불량까지 겹칠 수 있다.
평상시 음식조절을 잘 하다가도 TV 시청중 먹는 간식에는 통제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생맥주 한 잔(500㎖)이 190㎉이고, 크래커 한 봉지의 칼로리가 100~800㎉나 된다.
조금만 먹더라도 곧 밥 한공기(300㎉) 열량에 육박하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과장은 “단 맛이 나는 음식이나 치즈, 오징어, 고기류 등 각종 안주류는 고열량, 고콜레스테롤 음식이 많아 간식으로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좋은 간식으로는 우유와 치즈 같은 세르토닌이 많이 든 단백질 음식이다. 인체 내에 세르토닌이 증가하면 온 몸이 나른해지며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도 간식거리로 적절하다. 위에 부담을 적게 줄 뿐 아니라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도 좋기 때문이다.
또 술을 지나치게 먹으면 알코올의 작용으로 혈관이 팽창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게 되므로 저혈압 환자나 심장질환자는 가급적 술을 삼가야 한다.
이 밖에 과식ㆍ과음으로 인한 설사, 구토, 복통 등도 만성 질환자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의 생활습관을 잃지 말아야 하겠다.
경기장에서나 TV를 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것은 성대 혹사를 유발할 수 있다. 간혹 성대 결절이나 폴립이 생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돼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리는 한 달 동안 목을 다치지 않고 응원을 하려면 적절한 요령이 필요하다.
감기에 걸렸거나, 평소 비염 환자라면 목이 쉰 상태에서 큰소리로 응원하거나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헛기침을 하는 등 행동은 목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미래이비인후과 박현미 원장은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응원 도중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더욱이 기분이 고조된 상태에서 과음과 흡연을 하게 되면 혈관질환 등의 지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돌연사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정의 교수는 “심장질환자는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지나치게 흥분하면 심장마비와 뇌졸중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네덜란드 과학자 비트 연구팀은 1996년에 열렸던 유럽 축구 챔피언 결정전 기간 동안 독일 남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다른 날에 비해 50%가량 더 높았다는 결과를 밝혔다.
전국이 월드컵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지나치게 흥분해 TV를 관람하는 것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평소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힘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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