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사를 통해 수렴되는 통계수치가 얼마나 믿음직한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최근 여기저기서 발표되는 조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층이 느끼는 소외감이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10대 젊은이들 가운데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37%에 불과해 미국의 90%, 프랑스의 71%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들 중에 사회 전반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불과 15%여서 미국의 72%, 프랑스의 53%와 더욱 크게 대비된다. 학교에 대한 만족은 41%, 가정에 대해 만족은 50.5%다.
이는 앞의 수치 보다는 다소 높지만 그래도 미국이나 프랑스를 크게 밑도는데 일본이 우리보다도 더 낮은 40% 수준이다.
무엇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이처럼 강한 소외감을 느끼게 만드는가? 현실이 실제로 그처럼 암담하든지 아니면 현실을 인지하는 젊은이들의 태도와 방식에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와 자신에 대한 10대 청소년들의 이러한 비관적 태도를, 마약복용 사례가 증가하고 결혼한 3쌍중 1쌍이 이혼을 하며 국민의 77%가 국회를 불신하고 80%가 정당들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또 다른 조사결과들과 함께 생각해 보면 이 나라의 앞날은 암담하게까지 느껴진다.
이런 속에서 과연 민주화란 어떤 의미를 가지며 경제발전은 무엇을 대가로 얻어지는 것인가?
오늘의 10대들은 기성세대가 피땀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놓은 덕분에 진정한 배고픔과 헐벗음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자라온 세대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미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나 고마움은 모르고 잉여인간으로서의 소외감만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는 아직은 동물과도 같은 천진성을 지니고 있는 젊은이들을 무척이나 괴롭히는 심각한 병적 증상들을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인가? 오늘의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 전체를 한꺼번에 바로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작할 곳은 역시 교육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교육을 인력훈련과 동의어로 착각하는 혼란에 빠져 있다.
교육부를 인적자원부로 흡수 개칭한 것부터가 좋은 예이지만 어린이를 위한답시고 어린이가 어린이로서 살 수 있는 기만 송두리채 박탈하며 유아 시절부터 아이들을 어른들의 잣대에 맞추어 학원에서 학원으로 끌고 다니는 어머니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인적자원부도, 부모도 관심을 쏟는 일이 어떻게 아이들이 취직을 잘 해서 돈을 잘 버는 간판 좋은 사회부품으로 생산해 내느냐 하는 것이지 삶의 주체로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살피며 도와주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역설적이지만 자신이나 사회, 가정 어느 것도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는 우리 10대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 혹은 결혼할 때까지 재정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기를 바라는 반면 자신과 사회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미국의 젊은이 64%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재정적 독립을 성취하기를 바란다.
물론 인간 교육과 인력배양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가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교육은 인간을 삶의 주체로 보고 인간이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를 가르치는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인력훈련은 대상을 삶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데 필요한 자원, 곧 객체로 보며 사회에 필요하고 유용한 인재를 기르는 일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인간교육이 지성과 함께 감성과 영성을 계발하는데 주력한다면 인력훈련은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주입하고 기술을 훈련시키는데 둔다.
대체로 하급교육일수록 인성교육에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위로 올라 갈수록 지식교육과 기술훈련으로 비중이 옮아가는 것이 통상이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지식과 기술의 습득이 감성과 영성계발을 압도해 버리니 10대들이 자기 자신들에 대해서도, 사회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청소년들의 소외와 불행은 사회의 불행이고 민족의 앞날에 대한 불안이다. 이제 교육을 원론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인호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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